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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유민호의 도보여행자(Wayfarer)] [15] 이오지마 기념관 조각상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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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미국·이란 관계 말이다. 신문을 보면, 이란과 관련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동을 '독단적 광기'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이란 장군 살해 직후 조사한 여론을 보자. 미국인 49%가 트럼프 결정을 지지하고, 3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폴리티코). 전쟁보다 경제 제재로 방향을 튼 트럼프에 대해서도 지지 71%, 반대 14%다. 트럼프의 결정은 '철저히' 보통 미국인의 생각에 맞춰져 있다.

조선일보

이란 사태를 보면서 이오지마(硫黃島) 기념관이 떠올랐다.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 오른쪽에 있다. 1945년 2월의 이오지마 점령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들어서 있다. 미군 6명이 이오지마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다. 미군 11만여 명이 투입돼 일본군 2만1000여 명과 싸웠다. 전사자는 미군이 6800여 명, 일본군은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2만800여 명이다. 일본군 99%가 몰살당한 전투다.

이오지마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미군 6명이 성조기를 꽂는 '방식'이 인상 깊다. 무지막지하다. 기반을 미리 조성한 뒤가 아니라 6명 모두가 힘을 합쳐 '곧장' 지면(地面)으로 돌격해 쑤셔 박는 형세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시간에 쫓겨 행한 돌발적 모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6명 그 누구도 방어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정복만이 아니라 '파워·단결·용기'가 조각상에 담긴 진짜 메시지다.

'만약'을 가정해 이란과 전쟁하는 시나리오가 많다. 반(反)트럼프 정서 때문이겠지만 미군을 종이호랑이로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중구난방 트럼프류(流)의 '미국 정치'와 파워·단결·용기로 무장한 '미국 군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태평양전쟁 직전 미국과 일본의 국력 차는 700배 정도였다고 한다. 인구·자원·국토·전투력을 감안한 수치다. 일본은 속전속결 단기전에 매달렸다. 미국 내 반전 여론과 함께, 결국 일본이 '지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 결과는 떼죽음과 원자폭탄이다. 껌·초콜릿이 아닌, 총칼로 미군을 이해할 증거이자 모델, 워싱턴 이오지마다.

[유민호 퍼시픽21 아시아담당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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