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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자수첩]라임펀드 판매은행에 관대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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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했다 환매중단을 당한 투자자 A씨는 투자금 3억원이 “거의 모든 재산”이라고 했다. 그 돈이 한참 동안 묶이게 생겼고, 원금이 손실이 날 처지에 놓였다. 자기가 잘못한 것은 “은행 믿은 죄”라고 말했다. 참기 어려운 건 주변 시선이다. 라임 기사에 달린 댓글은 매정하기 그지없다. `거액 자산가를 왜 보호하느냐`, `돈에 눈이 멀었다가 이제 피해자 타령`이라는 식이다. 노모를 부양하는 40대 가장이라는 그는 댓글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런 댓글을 다는 이들도 주거래은행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언제든 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저처럼 은행을 믿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왜 저를 나무라는지….”

누구나 라임 투자자일 수 있다는 지적은 수용할 만하다. 라임 펀드 부실 판매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A씨를 비롯한 라임 투자가 3명은 은행에서 라임 펀드 원리금과 수익률을 보장했다고 이데일리에 알렸다. 대필까지 동원한 불완전 판매였다. 사실 이들 증언을 어디까지 신뢰할지 고민이었다. 경험과 기억에 기초할 뿐이고 근거(사후 증거는 있음)가 약했다. 그러나 이유는 단순했다. “은행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는 불완전 판매의 매개였다. 판매사 은행 일부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게 아니라, 고객 신뢰를 악용한 것이다. 투자자는 뒤늦지만 행동한다. 사태가 불거지자 은행 직원과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를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다. 은행의 배신을 불신으로 갚아주려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판매사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하소연한다. 이 말은 곧 “뭔지는 모르나 일단 팔았다”는 의미다. 판매사가 상품을 제대로 파는 건 기본이고, 나쁜 상품을 거르는 안목도 요구되는데 이런 게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투자자는 은행 잘못, 은행은 라임 잘못이라고 한다.

배신과 불신이 출동하는 지점에 금감원이 등판할 여지가 있다. 양측 얘기를 가려듣고 잘잘못을 따지는 심판으로서다. 금감원만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현재 금감원도 라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라임 사태를 두고 “책임질 일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판매사 책임을 따지려는 움직임은 아직이다. 여태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이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운용 관련 회사다. 금감원 검사 부서 쪽 관계자는 라임 판매사 검사에 대해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DLF 사태가 진행 중인데 은행을 다시 검사하는 게 부담이라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잘못(DLF)에 잘못(라임)을 더하면 엄하게 바로잡는 게 상식이다. 잘못을 잘못으로 덮으면 “은행을 믿은 게 죄”라는 투자자 A씨의 자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은행을 믿는 게 죄가 되는 시장에서 금감원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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