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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리비아 동부 군벌, 석유시설 무기화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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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파병에 수출항 봉쇄

내전 혼란상 더욱 가중 관측

리비아 동부지역을 통제하는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지하는 무장조직들이 18일(현지시간) 주요 원유수출항을 봉쇄했다. 유엔이 인정한 정부이자, 내전 상대방인 서부지역 리비아통합정부(GNA) 소속 국영석유회사(NOC)의 돈줄을 막은 것이다. 석유는 리비아의 거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수출항 봉쇄로 리비아 내전의 혼란상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GNA와 LNA 대표단은 지난 13일 모스크바에서 터키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가 커 결렬된 바 있다.

NOC는 이날 브레가·라스 라누프·하리가·주에이티나·시드라 항구가 봉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유수출량은 일평균 130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축소되고, 판매대금도 5500만달러씩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스타파 사날라 NOC 회장은 이날 “석유시설은 리비아 국민들 소유”라며 “정치적 협상을 위한 카드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LNA 지지 무장조직들은 터키가 GNA를 돕기 위해 리비아에 터키군을 파병하기로 한 데 대해 이 같은 실력행사로 대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흐마드 알미스마리 LNA 대변인은 원유수출항 봉쇄를 예고하면서 “(과거 오스만제국처럼) 리비아를 다시 점령하길 원하는 터키의 파병 결정 뒤 리비아 국민의 저항이 엄청나게 컸다”고 주장했다.

LNA 측의 ‘석유시설 무기화’로 리비아 내전의 혼란상만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는 AFP통신에 “유엔의 기준은 명확하다. 리비아 국민의 생존이나 다름없는 석유로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석유를 전쟁의 무기로 삼거나 분열의 도구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전 개발, 역내 영향력 확대 등 각자 다른 이해관계에 따라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나라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 있다.

LNA의 행태는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중재 국제회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유엔의 후원 아래 미국, 러시아, 터키, 프랑스 등 11개국 대표를 초청해 이날 회의를 열었지만 참여국들은 사태 중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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