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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경제칼럼] CASE에(연결성·자율주행·공유화·전동화) 꽂힌 美·獨 기로에 선 한국 車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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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산업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졌다. 전체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전기차·자율주행·차량공유 서비스 등 패러다임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구조 개선이나 콘텐츠 등 부가가치 확대를 통한 가격 상승 전략과 함께 플랫폼 통합·모듈화에 안간힘을 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수익원을 기반으로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화(Shared&Service), 전동화(Electric) 등 이른바 ‘케이스(CASE)’로 요약되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한 투자로 성장을 도모하는 중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이런 소용돌이에서 비켜나 있는 것은 아니다. 2015년을 정점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은 선행 연구개발(R&D) 능력 부족, 경직된 노사관계, 환경·안전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중국, 미국 등 핵심 시장 판매 부진과 내수 악화 등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도 기존의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구조 혁신이 절실하다.

자동차 산업에 형성될 새로운 가치사슬과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서비스 판매로 핵심 가치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면 기존 완성차 업체도 생태계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기술 범위가 기계 분야에서 IT, 통신, 소프트웨어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체 단독으로는 모든 분야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부품업체와 함께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중심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산업 생태계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생태계로 재편되는 중이다. 이런 생태계에서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부품업체의 경쟁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부품업체가 생태계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가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된 셈이다.

결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부품업체 역할이 절실하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완성차 업체와의 전속 거래관계와 기대 수주 물량 확대에 안주해온 만큼 거대한 변화에 바로 대응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제조업 생산의 13%, 고용의 12%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기계기술 기반 부품업체의 사업 전환을 촉진함과 동시에 기업 간 제휴를 활성화해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부품업체의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여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 전환은 기업이 시장의 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둘 경우 구조 전환이 지연돼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정부 개입에 의한 선제적 구조 전환도 필요하다.

매경이코노미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3·설합본호 (2020.1.23~202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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