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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무비클릭] 해치지않아 | 동물 없는 동물원 살려라…착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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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가 새해를 맞아 영화 칼럼 필진을 교체합니다. 설 합본호부터 인기 크리에이터 ‘라이너’가 새롭게 영화 칼럼을 맡게 됐습니다. 구독자 약 2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영화 리뷰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를 운영 중입니다. 특유의 비판적인 시선과 통찰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MBC ‘섹션TV 연예통신’ 영화 패널로도 활약 중입니다.

매경이코노미

코미디/ 손재곤 감독/ 117분/ 12세 관람가/ 1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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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않아’는 제목답게 착한 코미디를 지향한다. 고용·환경·동물 보호 문제를 다루면서도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으려 노력한다. 순하고 동그란 캐릭터들이 펼치는 착하고 따뜻한 이야기. 하지만 자극을 걷어내려다 웃음까지 걷어낸 안타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인 ‘동산파크’는 무리한 경영으로 인해 빚에 허덕이다 결국 로펌에 인수된 동물원이다. 돈 없고 백 없는 ‘잡초’ 출신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는 동물원을 회생시켜 제값에 팔 수 있게 만든다면, 그동안 꿈꿔왔던 M&A 파트너 변호사 자리를 준다는 제안을 받고 동물원 원장으로 부임한다. 하지만 동산파크는 보유하던 동물들마저 팔아버린 후였다. 남은 동물이라고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북극곰 한 마리와 미어캣 등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 태수는 이 동물원을 경영해 수익을 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태수가 떠올린 방법은 황당무계하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해서 관객을 모아보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동물원 직원들이 전원 동원돼 동물 행세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태수가 직접 북극곰 탈을 쓴 채 관객 앞에서 콜라를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동물원이 대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영화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 가짜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상식에 매달리는 대중의 맹점을 비틀었다.

웃음 뒤에는 눈물이 있어야 한다는 영화 흥행의 공식도, 대기업을 늘 악으로 규정하고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적하는 상식도 이 영화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내는 신파는 없앴지만 느린 진행과 불필요한 에피소드의 남발로 영화의 재미 자체를 반감시킨다. ‘해치지않아’는 착한 웃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상식을 비틀며 세상을 풍자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모두 실패한 모습이다. 웃음은 김빠진 콜라처럼 밍밍하다.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널리 퍼지는데도 누구 하나 해당 장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는 대목에 이르면, 과연 이 영화가 상식을 비틀려는 것인지 상식을 무시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동산파크의 직원들은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지켜달라’며 호소하지만 정작 지켜야 할 동물은 동산파크에 없었다. 영화관을 나오는 사람들 얼굴에 웃음기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매경이코노미

[라이너 유튜버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 운영]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3·설합본호 (2020.1.23~202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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