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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신율의 정치 읽기] 태풍? 미풍? 安風 얼마나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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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참석자들이 지난 1월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새로운보수당 지상욱 의원, 정운천 의원,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 박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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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정치권 이합집산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대안신당이 창당됐고, 무소속 이언주 의원 중심으로 전진당이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독자 정당을 창당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정당은 ‘통합을 염두에 둔 창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다는 것은 이제 현실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6일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민생 문제 해결보다는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현 정권을 비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안신당은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안신당이 지금같이 범여권 중 하나로 존재하는 한, 안철수 전 대표가 대안신당과 손을 맞잡기는 어렵다. 안철수 전 대표 성격상 자신이 한 말을 없던 일로 덮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호남에서의 지지였다는 점을 들어 대안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한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상황이 달라졌음을 간과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 호남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전 대표가 호남 지역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대안신당에 참여하거나 이들 세력과 연대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안철수 전 대표가 대안신당에 참여한다 해도 호남 유권자들이 안 전 대표를 과거처럼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신당에 참여할 경우 대안신당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일종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 전 대표 측이 모를 리 없다. 종합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가 대안신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등 호남 쪽에 기반을 둔 정당에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해 구애하는 또 다른 존재인 보수 통합 측과는 함께할 수 있을까?

지금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측은 통합 논의에 일단 돌입했다. 새보수당 측이 요구한 3가지 원칙을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새보수당 측이 요구한 통합을 위한 3가지 원칙이란 첫째, 탄핵의 강을 건너자. 둘째, 개혁보수를 수용해야 한다. 셋째,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다.

보수 통합을 외치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 바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혁통위)다. 혁통위는 보수 진영 정당·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보수 통합 추진기구다. 혁통위는 통합을 위한 6원칙을 제시했다. 대통합의 원칙은 혁신과 통합이며, 통합은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에 대한 대통합을 추구하며, 세대를 넘어 청년 마음을 담을 통합을 추구하고, 탄핵이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되며, 대통합 정신을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혁통위가 제시한 6가지 원칙이나 새보수당이 제시한 통합을 위한 3가지 원칙은 대동소이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탄핵’과 ‘개혁’ 그리고 ‘중도’다. 이 단어들은 선거 프레임을 짜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념 지향적 개혁’의 프레임과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심성 공약’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념 지향적 프레임을 들고나오는 이유는 치적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치적이 초라하니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탄핵당한 부패한 보수 대 개혁적 진보’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러야 승산이 있다 판단한 것 같다.

상대가 이념 지향적 프레임으로 나올 때 보수 쪽에서 ‘탄핵 세력 사과’ 같은 문제를 들고나오면 곤란하다. 보수 진영에서 탄핵 문제로 싸울수록 오히려 상대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꼴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상대 진영에서는 이념 지향성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둔 프레임을 내세워야 한다. 실용 프레임은,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패 등을 부각시키는 프레임을 의미한다. 실패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며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다른 실용성은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 도발로부터의 안전이다. 북한 문제를 이념적 프레임이 아닌, 안전 문제와 결부시킨 실용적 프레임으로 만들어 공략해야 한다. 이렇게 실용적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해야 ‘개혁적 보수’ 혹은 ‘중도’를 자신들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

과연 지금 자유한국당이 그런 실용적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그래서 거꾸로 자유한국당은 더 적극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자신의 이미지와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그런 이미지를 가진 측, 예를 들어 안철수 전 대표 측이나 새보수당 측과 적극적인 통합 혹은 연대를 추진해 부족한 점을 보충해야 한다.

통합 혹은 연대를 위해서는 위기감의 공유와 절박감이 중요하다. 외부 위기에 대한 공유가 없다면 내부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명칭이다. 통합을 하든 연대를 하든, 이념 지향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용적 프레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보수 통합’이라는 단어 대신 ‘반문 연대’적 성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나아 보인다. ‘보수’라는 단어를 내세우면 통합 혹은 연대 범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고 더불어민주당 측 이념 프레임을 용인해주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현재 안철수 전 대표 측은 보수 통합 논의에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보수 통합에 섣부르게 참여했다 자신의 중요한 트레이드마크인 ‘중도’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통합 논의의 문패를 ‘반문 연대’로 바꿔 달 경우에도 거부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만 놓고 볼 때 안 전 대표 측이 당장 제휴할 세력이 마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독자 세력화하기에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 야권이 해야 할 일은 특정 이념에 집착하기보다 폭넓은 세력이 ‘반문’이라는 명분으로 모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통합을 추진하되 일단 빅텐트부터 치는 것이 일의 순서다.

현재 여권은 이미지와 여론 창출에 아주 능한 반면 야권은 정반대다. 이런 측면만 보면 야권이 총선에서 아주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인 만큼 선거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아는 측은 쉽게 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권이 그런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3·설합본호 (2020.1.23~202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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