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설립한 에이즈 퇴치 자선단체 만찬 행사서 처음으로 입장 밝혀

"이렇게 끝나버리는 점이 내게 엄청난 슬픔 남겨"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영국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모은 해리 왕자가 1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자신이 설립한 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자선 단체 '센테베일'의 만찬 연설에서 "버킹엄궁의 결정은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해리 왕자는 "우리의 희망은 공적 자금을 받지 않으면서 여왕과 영국연방, 군에 계속 봉사하길 바랐지만, 슬프게도 그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 많은 도전을 받은 끝에 아내와 몇 달씩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이렇게 끝나버린 점이 나에게 엄청난 슬픔을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해리왕자는 "내가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나의 고향이자 내가 사랑하는 곳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왕자, 공작이 아닌 여러분이 35년간 성장하는 걸 지켜봐온 똑같은 해리, 더 분명한 식견을 지닌 해리로서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진실을 들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연설에서 해리 왕자는 "언론이 가진 힘은 강력하다"고 말하며 왕실을 떠나기로 한 결정에는 영국 언론의 집요한 취재경쟁도 한 몫 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앞서 해리 왕자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마클 왕자비가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자동차 사고로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비와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될까 봐 우려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전날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올해 봄부터 왕실 직책을 공식적으로 내려놓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서식스 공작과 공작부인 작위를 앞으로도 유지하지만, 왕실 복무를 수행하지 않고, 재정 지원도 받지 않는다. 앞서 윈저성 프로그모어 하우스를 개조하는데 사용한 240만 파운드(약 36억원)의 공적 기금도 상환해야 한다.

왕실 안팎에서는 해리 왕자 부부가 "회사(왕실)에서 퇴직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를 캐나다에서 보내고 난 뒤 왕실과 상의도 거치지 않은 채 독립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다.

해리 왕자는 며칠 내로 캐나다로 가 마클 왕자비와 아들 아치에게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