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 35세 中여성···“인천공항서 바로 격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건당국이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일 오전 중국 우한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유입 확진환자를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 대책반을 가동해 지역사회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우한 폐렴 환자가 유입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중국 우한시 거주)으로 지난 19일 낮 12시11분 중국남방항공 CZ6079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A씨는 중국의 설명절인 춘절을 맞이해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입국 하루전인 지난 18일 발병해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이 있어 같은 날 우한시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

인천공항검역소는 지난 19일 우한시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검역하는 과정에서 A씨가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했다. A씨는 공항 검역소에서 바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시행하고 오늘 오전 확진환자로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기초역학조사에서 우한시 전통시장(화난 해산물시장 포함) 방문이력이나 확진환자, 야생동물 접촉이력은 없다고 답변했고, 현재 중앙역학조사관이 심층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정 본부장은 “확진환자는 검역단계에서 확인돼 지역사회 노출은 없는 상황이며, 같은 항공기 앞·뒷줄에 탄 승객과 담당 승무원 등 밀접접촉자는 현재 조사중이다”며 “A씨와 접촉한 사람은 관할 보건소에 통보해 능동감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180여명과 승무원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는 5명의 일행이 함께 입국했다.

한편 20일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201명이다. 우한시에서 198명, 베이징에서 2명, 선전에서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태국(2명), 일본(1명) 에도 우한에서 폐렴에 걸린 환자가 유입됐다.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진다는 근거가 없다"는 중국 보건당국의 기존 발표와 달리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은 "중국 우한시 보건당국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특히 가족 간에 전파가 있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저희도 가족, 사람 간의 전파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전염력을 가졌는지 이런 부분은 상황을 봐야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올린 가이던스(안내)에서 “발병한 일부 환자들은 (화산 해산물)시장에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부 제한적인 사람 대 사람 간 전파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CDC는 이날부터 소속 직원 100여명을 뉴욕 존F케네디 국제공항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 3곳에 배치해 우한에서 입국한 승객을 검진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발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환자 상태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폐렴 증상이 아주 심하지도 않다고 한다"며 "특별한 치료약이 없지만 35세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하게 보존적인 치료(해열제 등 증상에 맞는 대증치료)로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문제는 중국 현지 상황이다. 확진자가 국내 들어오기 전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서 우한시의 병원을 찾았지만 감기약 처방만 받았다"며 "이런 상황이 보편적인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현지의 방역체계가 환자나 (바이러스) 노출자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판데믹(pandemicㆍ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일종) 때도 중국 남부에서 대규모 유행했지만 일부 주변 국가로 일부 유입됐을 뿐 자체 유행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까지는 중국 우한을 다녀온 사람에게서 발생했다. 가장 큰 걱정은 우한 이외 타지역에서 자체 환자가 발생할 경우로 그렇게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상하이나 베이징 등 교류가 많은 곳에서 발생하면 현재의 대처능력으로는 감당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또 "중국 내에서 타지역 확산 여부에 따라 대응을 결정해야 한다. 메르스 학습효과로 예전보다 의료기관이나 공항 검역 등이 나아지긴 했지만 의심환자(유증상자)가 대폭 늘 경우 현재의 국가지정격리병상만으로는 거르기가 힘들다. 선별의료가 가능한 의료시설을 지정해 환자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에서 의료진 감염이 확인될 경우 메르스와 다를 바 없어진다. 의료진 발병사례와 중국 내 타지역 발생 여부가 1~2주 우리나라 대응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