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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 날 다보스 연설하는 트럼프…상원 '침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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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미국농업인연맹 연례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오른손 손가락을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대고 있다. 오스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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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심판에 돌입한 가운데 ‘배심원’ 역할을 맡은 상원의원들은 ‘침묵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탄핵 당한 대통령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상원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심리에 참석한 동안에는 오롯이 재판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탄핵심판 심리에 참석한 상원의원들에겐 휴대전화 사용도, 대화도, 탈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원은 지난 16일 재판장을 맡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배심원 역할을 맡는 상원의원들이 각각 선서를 하고 탄핵소추위원이 낭독한 탄핵소추안을 경청하는 것으로 탄핵심판을 시작했으며 21일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연설을 한다.

■ ‘침묵의 시간’ 강요당하는 미 상원의원들

AP통신에 따르면 상원의원들은 상원에서 탄핵심판 심리가 있는 날은 매일 “모든 이는 침묵을 지킬 것을 명받으며, 어길 경우 투옥을 각오한다”는 선서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선서를 마친 100명의 상원의원들은 검사 역할을 하는 하원의 탄핵소추위원과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벌이는 공방이 끝날 때까지 몇시간이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지켜봐야 한다.

상원 본회의장에서 핸드폰을 사용해선 안되며,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읽는 것도 제한을 받는다. 탄핵심판 심리 도중에는 탄핵심판과 관련이 없는 자료를 읽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9년 빌 클린터 대통령 등 미국 역사상 2차례 있었던 대통령 탄핵과 달라진 2020년의 환경은 상원의원들이 ‘침묵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휴대전화 한대만 있으면 전세계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제한없이 나타낼 수 있는 시대에 오롯이 ‘듣기’만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상원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사용금지는 굳이 탄핵심판이 아니더라도 시행 중인 규정이다. 하지만 회의 진행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한 의원들이 슬쩍슬쩍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수준은 용인돼 왔다. 실제 탄핵심판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은 어느 정도 융통성이 발휘될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상원의원들은 투덜대면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AP통신은 전했다.

■ 갈길 바쁜 민주당 경선 출마 상원의원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은 2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 2월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등 경선을 코앞에 두고 탄핵심판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울상이다. 진보를 표방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경선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으며,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중위권이다.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도 민주당 경선주자다.

상원의원들은 원칙적으로 모든 심리에 참석해야 한다. 탄핵심리에 참석하는 동안 침묵하기로 선서했기 때문에 회의 도중 인터넷으로 다른 업무를 보거나 다른 자료를 읽을 수도 없다. 탄핵심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꼼짝없이 워싱턴의 의사당에 발이 묶이며, 입도 막히게 되는 것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워런 상원의원은 모두 본인의 선거운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은 ‘헌법적 의무’라며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인공이 빠지게 된 각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각 후보 진영은 본인 대신 대리인이나 가족을 경선 지역에 투입하고, 소셜 미디어로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심리를 마치고 저녁에 경선지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트럼프 대통령 몸은 다보스에, 마음은 탄핵심판 진행되는 상원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로 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남부 국경지역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의회와의 대립으로 초래된 미국 역사상 최장의 연방정부 셧다운 때문에 취소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로 예성된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비롯해 자신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상원에서의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도 같은 날 열린다. 첫 공개변론은 지난 2번의 미국 대통령 탄핵과 달리 전국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 및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등을 통해 ‘탄핵’을 초월해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으로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각국 정상들이 모인 국제회의 무대를 국내의 정적들을 향한 반격의 무대로 활용해 온 전력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몸은 스위스 다보스에 가 있지만 각종 기자회견과 트위터 등을 통해 탄핵에 관해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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