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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서울교통공사 노조, 내일 첫차부터 지하철 운행정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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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승강장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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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사측이 12분 늘린 기관사 근무시간을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21일 첫차부터 업무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태가 서울교통공사의 불법적인 운영에서 비롯된 만큼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부터 불법,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며 기관사가 열차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승무직종 인원 3250명 중 조합원은 2830명으로, 운전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승무원의 비율은 87%”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이에 대비해 열차 운행률을 끌어올리고자 관제 직원을 빼서 운전하도록 하고, 연속 운전시간을 8시간 이상으로 짜는 등 위험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출퇴근 대란은 물론 사고도 우려되므로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해 “12분은 수치일 뿐, 그로 인해 근무시간이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늘어난다고 한다”며 “이에 따른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의 증가는 결국 시민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황철우 사무처장은 “교섭은 어제까지 4차례 진행했고 오늘 기자회견 이후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아직 공사나 서울시의 답은 없다”고 교섭 상황을 전했다.

공사는 노조의 열차운전업무 거부에 대해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기자회견 이후 공사는 입장문을 내 “승무원은 하루 평균 약 10시간 근무하고 그 중 열차 운전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수준이었다. 월평균 16일 출근해 160시간가량 근무한다”며 “운전시간이 조정돼도 1일 또는 월간 근무시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시간은 그대로 두고 운전시간을 12분 늘리면 노조가 요구하는 ‘충분한 휴무일’을 보장할 여력이 생긴다”며 “동일 인원으로 충분한 휴게권을 보장해 일-가정 양립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역시 추가 입장문을 발표해 “10분이든 100분이든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범죄”라며 “우리는 노동시간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승무원 평균 일일 운전시간을 기존 4시간30분에서 4시간42분으로 12분 늘리는 변경을 단행했다. 공사는 이 변경이 노사합의와 취업규칙에 따른 것이고, 운전시간을 포함한 전체 근무시간에는 변동이 없으며, 노조의 업무 거부는 불법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근무시간 연장이 지난해 10월 있었던 임금단체협약 위반이고, 실질적으로는 운전시간이 더 많이 늘어나며, 대법원 판례상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현재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공사 자체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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