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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단순 실수?…중국은 왜 한국 온라인 관광상품 올렸다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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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갈리는 中 업계 행태에 단체 관광 언제 풀릴까

세계일보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다시 이를 삭제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중국 당국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 두 시간 올리고,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뒤 곧바로 삭제하는 것이 정말 ‘간보기’ 내지는 ‘눈치 보기’ 일까?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은 지난 14일 ‘태국+한국 4박 5일짜리 단체관광’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3시간 만에 내렸다. 씨트립이 올린 관광상품은 방콕을 거쳐 서울에서 남산골 한옥마을, 면세점 방문 등 한국 단체관광이 주 내용이다. 씨트립은 자신들이 올린 온라인 한국 관광상품 판매가 주목을 받자 다시 이를 슬그머니 내렸다. 앞서 중국의 한 국영 여행사도 지난주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씨트립은 지난해 11월에는 본사 임원 회의를 거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결정하고,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일제히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업계 관심이 집중되자 다시 이를 내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올해 상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예상되면서 중국 관광 업계가 눈치 보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단체 관광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 상품을 슬그머니 내놨다가 주목받으면 다시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입질한다는 것이다. 상품 자체도 매우 특이하다. 상품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출발해서 방콕을 거쳐 서울 시내를 관광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항저우에서 서쪽으로 방콕을 갔다가 다시 동쪽의 서울로 돌아오는 역방향 관광상품이다. 방콕을 가면 인근 동남아를 경유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한국을 가려면 인근 일본이나 대만을 거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여행 전문가는 “이 상품은 시간 낭비라고 볼 정도로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하다”며 “이런 상품을 만든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씨트립 측은 이번 방콕 경유 서울 관광상품 온라인 게재 건에 대해서는 “담당자의 단순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씨트립은 단순 조작 실수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이번 해프닝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온라인 게재시간이 너무 짧고, 상품도 단일하다. 정말 의미를 가지려면 여러 개의 상품이 최소 하루 정도는 온라인에 올라와야 중국인 관광객 반응이나, 중국 정부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씨트립 방콕 경유 서울 상품은 3시간 만에 삭제됐다. 반응을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다.

현재 관광업계는 단체관광 온라인 상품 금지 해제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가 확정된 직후인 2017년 3월 15일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베이징과 산둥(山東)성에 한해 오프라인 한국행 단체관광을 해제했고, 이후 지난해 5월 충칭(重慶)과 우한(武漢) 지역을, 지난해 8월에는 상하이(上海) 등 일부 지역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추가 해제하는 등 단계적으로 단체관광 금지를 해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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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온라인 상품 판매와 크루즈 및 전세기를 통한 단체관광 금지, 사드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그룹 면세점 및 호텔 등 계열사 이용 금지 등을 제한 조건으로 유지해왔다. 그리고 이후 2년여 동안 특별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여행 전문가는 “작년부터 풀린다는 얘기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상반기 방한해도 업계에서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단체관광 금지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풀리는 것도 그런 과정을 거쳐 풀릴 것이므로 예측은 쉽지 않다”고도 했다.

그 사이 중국인의 한국 관광은 예전 수준의 75%에 육박할 정도로 회복했다. 2016년 800만 명을 넘어섰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여파로 2017년 4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3% 급감했다. 그러나 2018년 479만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602만명으로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특히 단체관광이 아닌 개별 관광객이 전체의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관광상품이 금지되면 여기에 파생되는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없다”며 “한국을 오고 싶은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상품 광고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에서 온라인 상품 금지가 풀린다면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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