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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용산 유족들 “사회 곳곳 ‘남일당 망루’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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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추모제 모인 유족들

“당시 진상규명 제대로 못해…철거민 보면 안타까운 마음”

“그곳에도 역시 ‘망루’가 있었습니다. 앞이 깜깜하고 할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재숙씨는 18일 서울 강북구의 재개발 지역인 미아3구역에서 또 다른 ‘망루’를 마주했다. 전국철거민연합은 이곳에서 ‘살인 개발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씨 남편 고 이상림씨(당시 72세)는 용산참사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다. 20일은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용산참사 1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참사 희생자 5명이 묻혀 있다. 희생자 묘역에는 또 다른 희생자 김대원씨의 영정도 함께 놓였다. 김씨는 참사 당시 남일당 망루에서 농성하다 붙잡혀 3년9개월 옥고를 치른 뒤 풀려났다.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려 병원 치료를 받다 지난해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11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 곳곳에 남일당 망루가 남아 있다고 했다. 고 양회성씨(당시 58세) 유족 김영덕씨는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여러 지역에서 철거민들이 쫓겨나고 있다. 마음이 아프고 유족으로서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고 이성수씨(당시 51세)의 유족 권명숙씨도 “두 번 다시 우리 같은 가정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종교계·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참석했다. 명진 스님은 “용산처럼, 쌍용자동차처럼, 세월호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던 김용균씨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참사 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서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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