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9 (월)

[사설]박물관보다 중요한 실패 인정 문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중소벤처기업부가 실패 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다. 대전 유성 스타트업파크 내에 연면적 1200㎡ 규모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건축비 등 시설비 60억원을 투입한다. 대전시와 박물관 조성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착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한다. 실패 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일종의 재창업 플랫폼이다. 실패 사례 수집·전시는 물론 분석 결과를 자료로 만들어 재도전 교육에 활용하고, 컨설팅을 통해 실제 창업과 기업 운영에 활용하는 시스템에 적용한다. 중기부 측은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체계적인 재도전 프로그램을 위한 거점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패 박물관.' 나쁘지 않다. 재도전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 줘야 한다. 단순히 사업 실패에 관한 자료를 모아 놓고 연구하는 목적이라면 설립 취지가 크게 반감될 것이다. 다행히 박물관에서는 전시와 실패 사례 분석에서 교육, 연구, 컨설팅, 정책지원, 네트워킹은 물론 세미나 시설까지 들어서 실패 컨설팅을 위한 구심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가뜩이나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인 홍보 채널로도 나쁘지 않은 시도다. 이를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민간과 힘을 합친다면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실패를 금기시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사실 박물관 건립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실패 수용 문화다. 실패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창업자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실패를 터부시하기보다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으며, 이를 소중한 사회 자산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을 위한 값진 경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또 다른 도전으로 박수쳐 주고, 재기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창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 박물관은 이벤트로 끝날 공산이 크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