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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젠트리피케이션, 주거 지역에 어떤 영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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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7년 사이 집값 68% 상승한 '연트럴파크'

최근 몇 년 사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불거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뜨는 지역에서의 상가 임대료 상승과 관련된 문제들이 크게 부각됐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들을 보면, 연남동, 해방촌과 같이 기존의 상권과 인접한 주택지역에 분위기 좋은 카페,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경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주거지역 및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글에서는 연남동을 사례로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주거지역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신촌,홍대상권 인근의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던 연남동은, 2015년 경의선 숲길이 개장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후 카페, 음식점을 비롯한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조용한 주거지역이었던 연남동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상업화되고 있고, 주거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연남동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징후들

연남동의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서비스업종 매출액 변화를 살펴보자. 서비스 업종 중에서도 생활 서비스업종(미용실, 세탁소, 슈퍼마켓, 일반의원, 제과점)과 카페,서양식 음식점의 추정 매출액 변화를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생활서비스업의 감소와 카페 및 서양식 음식점의 증가는 주거지역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을 포착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2013년 이후 최근까지의 생활서비스업종과 커피음료, 양식집의 매출액 변화 그래프를 보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3년 대비 2017년의 연간 업종별 매출액을 비교하면, 커피음료 매출액은 약 467.5%, 양식집의 경우 655.7%가 증가하여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커피음료 업종의 추정 매출액이 201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같은 기간 5개의 생활서비스업종 매출액의 평균 상승률은 약 143%로 비교적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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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 연남동의 업종별 추정매출액 (왼쪽 : 커피음료, 양식집 / 오른쪽 : 생활업종), 빅데이터 캠퍼스(https://bigdata.seoul.go.kr) 자료 재구성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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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연남동의 카페, 양식집의 매출액 증가에 힘입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계속 문을 열고 있다. 홍대상권과 인접한 홍대입구역 인접 지역을 시작으로, 연남동을 가로지르는 경의선숲길을 따라 연남동 구석구석에도 카페와 음식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다수의 상점들이 기존의 주택들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한 후 문을 열고 있는데, 지금도 연남동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범했던 주택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분위기 있는 카페로 변모하는가 하면, 외지인이 찾기 힘들 법한 곳들까지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은 더 이상 놀라운 광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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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리모델링 후 카페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 연남동 경의선 공원과 인접한 주택의 용도 변화. (왼쪽 2017년 11월 23일, 오른쪽 2019년 6월 6일 촬영) ⓒ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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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은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앞서 간략히 살펴본 연남동의 변화는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지역의 활성화와 경제적 가치 상승은 건물소유주나 자영업자들에게는 금전적인 이익이 되지만, 임차거주자들에게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주거 불안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남동의 주택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단독,다가구의 평당 실거래가는 2011~2018년 사이 1820만 원에서 3050만 원으로 약 68% 상승했다. 연남동과 인접한 서교동(24.7%), 연희동(29.8%), 성산동(60.9%) 및 마포구 전체(62.5%)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주거지역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상가 임차인만의 문제는 아니며, 근본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주거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 정비사업에 의한 대규모 철거와는 달리,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이주는 개별 가구 단위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가구의 경제적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여러 지자체에서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껏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들이 그렇듯 상가 임대료 상승과 관련된 부분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본래 젠트리피케이션이 내포한 주민들의 비자발적 이주와 주거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높은 아파트단지 지역과 비교하여 연남동과 같은 단독,다가구, 연립주택이 우세한 주거지역은 비교적 주거비 부담능력이 낮은 도시민들의 보금자리가 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임차거주자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경향들을 볼 때 이같은 주거지역들에 상점들이 침투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주거 측면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적지 않은 이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필자 역시 단순히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동의한다. 연남동 역시 낡은 주택들이 근사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들로 변모했고, 몇 년 전만 해도 조용하던 주거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 활기가 생겼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로 언급되는 지역 활성화가 주는 편익이 지역주민들에게 충분히 돌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역의 활기가 때로는 다수의 주민들에게는 혼잡함과 소음이 되어 주거환경의 질을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지역활성화에 따른 편익이 건물주, 자영업자 등 일부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보다 본질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에서 필연적이고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동기에 의한 결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이 기반할 때,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각종 문제들을 단순히 임차인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문제로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시청에서 균형발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도시 공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공간적 배제 문제와 포용, 지역 격차와 균형발전, 주택정책, 사회적 경제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주요 논문으로는 '대도시 공간 배제적 주거 이동 영향요인 실증분석', '한국 도시의 포용성 진단과 유형별 특성 분석' 등이 있다.

기자 : 이민주 서울시청 재정균형발전담당관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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