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左), 양석조(右)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양석조(47‧사법연수원 29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새롭게 임명된 심재철(52‧27기) 반부패‧강력부장에게 공개 반발한 이른바 ‘상갓집 항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20일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동료 한 분이 심 부장과 양 선임연구관 사이에 있던 일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보내왔기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는 익명게시판이 있지만 대부분 실명게시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박 검사는 익명의 동료가 보내온 글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찰 시스템 보호에 대해’를 대신 게재했다.
이 동료 검사는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저는 양 선임행정관의 행위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매우 부적절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검 내부 결정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인신 공격적 발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상관에 대한 예의를 떠나 법조인으로서 타당한 행동인지 묻고 싶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조국 전 장관은 기소가 됐고, 심 부장이 회의 과정에서 의견을 피력한 것 이외에 다른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없다면 양 선임연구관의 행동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저는 조 전 장관 수사에 관여하지 않아 어떤 것이 타당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우리 동료를 신뢰하고 검찰 수사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기 때문에 적어도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그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며 양 선임행정관의 행동을 수사 시스템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근간을 흔든 것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대검 과장급 인사의 집안 상가에서 양 선임행정관은 직속 상관인 심 부장을 가리키며 “조국 수사는 무혐의라고 얘기했다”고 고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라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일 이를 ‘상갓집 추태’라고 비판하며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 기강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선임행정관은 “좌천 인사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전문
박철완 검사입니다.
저는 바로 앞에 게시한 글을 통해 앞으로는 댓글러로 활동하되, 혹 동료들께서 실명을 밝히기는 원치 않으나 공개토론을 위한 발제문을 보내오시면 게시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 아침 동료 한 분이 한창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심재철 반부패부장님과 양석조 부장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보내왔기에 게시합니다.
이 주제는 워낙 민감하고 초유의 이슈이지만 그 공적가치가 커서 공개토론에 올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동료이 글이 가르키는 것은 사안의 실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태도 선입견 특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내부 토론 과정은 원칙적으로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는데 토론 과정이 공개될 경우 내부 토론자가 외부를 의식하게 되어 토론이 진실되고 치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료 중에 어떤 이가 사적인 메신저조차 향후 공개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줄 경우 그러한 동료와 진솔한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요.
앞으로 이런 민감한 이슈가 계속 제기될 텐데, 낯설고 간혹은 괴롭더라도 함께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직시하고, 방향을 형성해 나갔으면 합니다.
저를 신뢰하였기에 저에게 발제문을 보내주었을 동료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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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찰시스템 보호에 대해
주말 동안 심재철 반부패부장과 양석조 부장 사이에 있었던 상가 사건으로 언론이 떠들썩하고 검사들도 논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기사에 난 사실관계(조국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하여 대검 회의 과정에 심재철 부장이 무혐의 의견을 냈고, 이에 대해 양석조 부장이 기자들이나 외부인들이 있는 공개된 상가 장소에서 심재철 부장의 의견 내용과 회의 내용 등을 공개하면서 니가 검사냐라고 말했다는 등의 기사 내용)가 정확한지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염려가 되지만, 검사이자 법조인으로서 반드시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들어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1. 수사시스템을 통한 공정성 보장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검사 및 수사관 등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수사 과정에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평가 및 기소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해주는 시스템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결재 제도, 기소심의위원회, 검찰시민위원회, 대검의 여러 회의 제도 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핵심은 그 시스템 내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논의하면서 보다 공정한 결론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은 철저하게 비밀엄수의 보안유지가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과정상 자신이 피력한 의견으로 인해 부당하게 불이익이 주어진다면 당연히 이러한 수사공정성을 위해 마련된 여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2. 나의 다른 의견에 대한 대응
기사의 내용의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저는 양석조 부장의 행위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매우 부적절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검에서 내부 결정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이렇게 공개하고, 그에 대해서 인신 공격적인 발언을 통해 공격을 하는 것이 상명하복이나 상관에 대한 예의 문제를 떠나 같은 검사로서, 같은 법조인으로서 타당한 행동이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심재철 부장이 대검 회의 과정에 불기소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어떠한 직권남용이나 부당한 행위를 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으나(그런 사실이 있다면 고발 등을 통해 당연히 합당한 법적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회의 이후에 대검의 의견에 따라 조국 전 장관은 기소가 되었고 심재철 부장이 회의 과정에 의견을 피력한 것 이외에 다른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없다면 양석조 부장의 행동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3.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확신 근거
우리는 수사를 하면서 자신이 하는 수사, 우리 팀이 하는 수사, 검찰이 하는 수사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공정하다고 확신합니다.(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는 나와 내 동료에 대한 신뢰도 있겠지만 우리 검찰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해서 이를 공격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과연 우리가 신뢰하는 공정산 수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까요?
그 공격의 명분이 어떠한 대의나 정의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일까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은 반대의 예를 들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상관인 심재철 부장이 상가에서 양석조 부장이 대검 회의 과정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의견을 들먹이며 니가 검사냐라고 공개적으로 공격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공정한 수사를 그 생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정의라는 것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수사의 대의나 명분이 크게 적법절차나 수사공정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 등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요?
아니, 다시 말해 수사의 대의나 명분이 크면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 안되는 것인가요?
나의 생각이 정의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은 부정의나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되는 것인가요?
4. 소결
저는 조국 전 장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관련 기록을 보지 않아 그 기소 여부나 무혐의 의견에 대해 어떤 것이 타당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동료를 신뢰하고 검찰 수사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기 때문에 적어도 그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그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입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검찰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양석조 부장이 상가에서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동료들의 수사를 신뢰하고, 수사시스템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그 근간을 양석조 부장이 흔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수사의 공정성이 침해받은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저는 잘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비록 그것을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내부 결정과정상의 의견에 대해서는 비밀이 지켜지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누군가가 어떠한 불이익을 입지는 않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이가영·김수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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