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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트랜스젠더 부사관, 전역심사 연기 요청 퇴짜…"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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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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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현직 육군 부사관이 '법원에서 성별 정정 절차가 완료된 후에 전역심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이 이를 반려했다. 육군은 "심신장애에 따른 전역심사는 개인의 희망에 따라 진행 중인 성별 정정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오는 22일 예정대로 전역심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군인권센터는 20일 "군 당국은 트랜스젠더 군인 A하사가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고, 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도 반려했다. 이 같은 조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센터는 "이러한 인권침해의 근본적 원인은 국방부에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에 대한 법령, 규정, 지침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에 대해서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남성 군인으로 입대해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 복무 중인 A하사는 지난해 휴가 기간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대 복귀 이후 받은 의무조사에서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군 인사법에 따라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육군 관계자는 "음경 훼손과 고환 적출은 각각 5급 장애다. 규정상 5급이 2개면 3급 장애로 분류하고, 3급부터는 전역심사위에 회부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전역심사위원회가 다가오는 수요일이라 긴급한 구제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A하사는 전역 조처돼 돌이킬 수 없는 인권침해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권위에 긴급구제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심신장애 전역 대상자로 분류돼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된다는 것은 혐오에 기반한 엄연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의 긴급구제와 인권침해 시정 권고를 통해 성전환자 군인의 군 복무가 현실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육군 관계자는 "심사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심사대상자와 법률대리인은 전역심사 때 참석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보장돼있다"고 전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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