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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홍콩·대만, 중국과 멀어지는 이유는?…경제 관계 ‘윈윈’서 ‘윈루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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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완전한 보완 관계·지금은 중국만 이익…한일 관계 변화와도 비슷

이투데이

홍콩에서 1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해를 넘겨 올해도 계속되고 있고 대만에서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렇게 홍콩과 대만에서 반중국 정서가 날로 심해지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둘과 중국 사이의 경제 관계 변화가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먼저 발전한 홍콩과 대만은 상대적으로 늦었던 중국과 완전한 보완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이런 보완 관계가 무너졌다. 이는 바꿔 말하면 홍콩,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종전의 ‘윈윈(Win-Win)’에서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한쪽은 손해를 보는 ‘윈루즈(Win-Lose)’로 변했다는 의미라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홍콩, 대만 입장에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더욱 강해질수록 오히려 손실이 커지는 국면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관계 변화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감지된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경제성장률은 10% 이상을 자랑했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정밀공업도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로 분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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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이 11일(현지시간) 총통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 타이베이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연합뉴스


이런 경제적 관계의 퇴색이 홍콩과 대만에서 정치·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만에서 11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는 차이잉원 현 총통이 압승을 거뒀다. 홍콩 시위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쇠퇴했다는 평가다. 대만에서 매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제시하면서 친중파 인사에 대한 투표를 유도했지만, 이번에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2000년대만 해도 중국 경제 매력에 대만의 사람과 돈, 기술 등이 물밀 듯이 본토로 흘러들어갔다. 1990년대까지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극소수였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순식간에 30만 명으로 불어났다. 대만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대만인이 고향으로 돌아가 중국과의 융화를 호소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적대 세력을 회유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경제적 이익을 슬며시 꺼내 들어 적 진영의 재계 인사를 먼저 끌어들이고 나서 궁극적으로는 ‘친중국’ 정치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돌려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이 홍콩 민주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중국은 상공업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다음은 대만 차례였다. 2000년대 중국은 대만 기업을 잇따라 유치해 독립 지향이 강했던 천수이볜 당시 총통을 뒤흔들었다. 2008년 대만 경제계는 중국에 유화적인 마잉주의 총통 당선을 뒷받침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도 훙하이의 궈타이밍 전 회장이 중국과의 협조 노선 부활을 목표로 출마에 나섰으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만큼 중국이 내세웠던 경제 관계가 먹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도 최근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유럽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닛케이는 홍콩과 대만 기업들이 한마디로 중국에서 경쟁 우위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중국에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만 해도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 중국은 홍콩, 대만 기업이 필요가 없어졌다.

대만 기업의 아성이었던 PC나 스마트폰 분야를 현재 지배하는 것은 레노버나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중국 본토기업이며 반도체마저 중국에 쫓기고 있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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