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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류경오 대표 "청양고추 먹을때 로열티 내는것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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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가 `미인풋고추` 등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아시아종묘]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몬산토'를 인수한 독일 화학·제약그룹 바이엘이 돈을 버는 거 아셨어요? 청양고추 재배에 필요한 씨앗인 종자를 몬산토가 갖고 있었거든요."

국내 대표 종자 개발 기업인 '아시아종묘' 창업자 류경오 대표는 종자 주권의 중요성부터 꺼냈다. 류 대표는 "청양고추처럼 우리가 먹는 수많은 식물의 종자를 구입할 때마다 종자 개발 회사들에 로열티를 줘야 한다"면서 "종자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 우리 농가가 제때 종자를 못 구하면 먹고 싶은 채소도 마음대로 못 먹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종자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 면적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소국인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종자 개발 연구에 힘써 온 덕분이며, 우리나라도 종자 개발과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 선두에 아시아종묘가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92년 설립된 아시아종묘는 약 2000개 품종의 종자를 갖고 있는 종자 개발 기업이다.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면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인풋고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형(미니) 밤호박, 양배추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 같은 꼬꼬마양배추, 새싹채소, 어린잎 채소의 종자가 모두 아시아종묘가 개발한 것이다.

류 대표는 "8~9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먹는 단호박 종자는 거의 일본산 품종이었다"면서 "단호박이 암 예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자 일본 종자 회사들이 종자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종자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종묘가 개발한 여러 종자는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리비아 시리아 이란 등 중동권과 아시아 등 세계 55개국에 수출된다. 국내에만 이천(생명공학육종연구소), 해남(종자 생산 기술 연구), 김제(열매채소 등 연구), 영암(특수 채소 육종 개발) 등 4곳에 연구소가 있다. 특히 이천 연구소는 경기도 광주에 있던 육종연구소를 2011년 70억원가량 투자해 대규모로 확장·설립한 곳으로, 이곳에서는 식물·종자의 유전자 정보를 연구하고 조직 배양, 재배까지 이뤄진다.

류 대표는 "품종 한 개를 개발할 때 보통 8~9년 걸리고 여러 해 관찰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기후의 제약을 받아 인도 베트남 등 해외 2곳에 법인을 세우고 이곳에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일본 등에 종자 수입을 계속 의존하다 보면 종자 주권을 빼앗길 것 같아 1992년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창업했다. 그는 "종자를 개발하려면 여러 종자와 종자에 대한 유전 정보, 실제로 연구·재배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종자 개발에 뛰어들어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로즈메리 같은 허브, 꼬꼬마양배추 등 틈새 작물 종자를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류 대표의 최근 관심사는 긴 일조량이 필요한 장일성 양파 종자 개발이다. 류 대표는 "세계 양파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양파 품종은 장일성인데, 한국인이 즐겨 먹는 양파는 햇빛을 장시간 받지 않아도 되는 중일성"이라면서 "새로운 종자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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