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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유니콘 핵심` 개발인재 넘치는 시애틀…전공 상관없이 SW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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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신년기획 / 유니콘 20개 키우자 / ④ 사람이 경쟁력인데… ◆

매일경제

싱가포르 노스원에 위치한 스타트업 창업 공간인 블록71에 입주해 `내일의 유니콘`을 꿈꾸고 있는 인재들. 이곳에는 싱가포르국립대가 운영하는 블록71 외에도 블록73 등 창업 공간들이 모여 있다. [사진 제공 = 블록71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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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은 전 세계 클라우드 산업의 수도다(the Cloud Capital of the World). 이곳에 최고 개발자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마드로나벤처그룹의 에리카 셰퍼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에는 미국 전체에서 기업가치로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1조2400억달러)와 4위인 아마존(9268억달러)이 본사를 두고 있는데 모두 클라우드 분야 최고 기업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적이 있는 클라우드컴퓨팅과 데이터,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시애틀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화웨이 바이두 등 미국과 중국 정보기술(IT) 거인들은 물론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대표 기업인 미국 유아이패스나 싱가포르 그랩, 한국 쿠팡 같은 유니콘 기업들도 시애틀에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모두 영업이 아니라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전 세계에서 최고 인재를 시애틀로 끌어들이고, 인재들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하면 이 회사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이 시애틀에는 구축돼 있다.

유니콘으로 대표되는 혁신기업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인재(talent)'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이 풍부할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진단은 다르다. 남대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벤처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개발자가 없어서 다들 난리"라며 "인력 미스매치 문제 이전에 한국에는 쓸 만한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몸값이 인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남 교수는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연봉은 기본 1억원이 넘어간다"면서 "그 돈을 주면서도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인재는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유니콘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적 벤처 붐을 이끌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작년 기준 구글과 페이스북의 대졸 신입 엔지니어 초봉이 연 15만달러(약 1억7500만원)를 넘어섰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인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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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은 최고 수준의 개발자부터 초급 개발자까지 다양한 인재풀이 갖춰져 있다. 전공 간 벽 허물기와 재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에서는 경제·경영은 물론이고 역사나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실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성소라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학부 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컴퓨터공학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남대일 교수는 "대학에서 애초에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재들을 길러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이 지나치게 기존 학문의 경계에만 함몰된 교육을 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교육도 활발하다. 미국에는 인문학 전공자도 IT와 컴퓨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플랫아이언스쿨, 테크아카데미, 코딩부트캠프 등 민간 기관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시애틀에서 만난 데이비드 심 포스퀘어 최고경영자(CEO)는 "처음 위치기반 서비스 회사 '플레이스드'를 창업했을 때 돈이 부족해서 엔지니어를 채용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인문계 출신으로 재교육을 받은 주니어 엔지니어를 저렴한 비용으로 채용했는데 성과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심 CEO 본인도 정치학과 출신으로 코딩 교육을 받고 창업했다.

우리나라는 전공 간 벽 허물기와 재교육이 규제에 얽매여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함께 만든 소프트웨어 개발자 교육기관이다. 교수·교재·학비·학위가 없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 교육기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내에 학위를 주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려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통제하는 규제에 따라 다른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취재팀 = 이덕주 기자(싱가포르) / 신수현 기자(서울) / 안병준 기자(베이징·하노이) / 최희석 기자(시애틀) / 박의명 기자(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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