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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새로운 인생 선물"… 韓유학생에 장기 기증 받은 美여성 유가족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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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유나(18)양에게 장기를 기증 받은 킴벌리(24)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킴벌리와 김 양의 부모 간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킴벌리를 포옹하며 "편지를 통해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큰 위안이 됐다. 킴벌리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유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 양은 2016년 1월 등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고심 끝에 김 양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고, 미국인 6명의 생명을 살린 채 김 양은 세상을 떠났다.

조선일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고(故) 김유나 양의 가족과 이식인 킴벌리(오른쪽 두번째) 씨와 가족이 상봉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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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았던 킴벌리는 2세 때부터 소아당뇨로 투병을 해오다 18세 무렵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상태였다.

그러나 19세가 되던 해 기적적으로 김 양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했고, 이후 결혼해 행복한 가정도 꾸렸다. 킴벌리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만을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 양의 부모인 김제박(53)·이선경(48)씨는 이후 이식인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유나 양의 생명나눔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며 "고귀한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께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만남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도 참석했다. 이들은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만나는 모습이 정말 감격스럽다"며 국내에서도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은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전 등이 오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동엽 운동본부 사무처장도 "유가족들은 장기기증 결정으로 이식인의 건강이 회복됐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는다"며 "법 개정을 통해 미국처럼 기관의 중재 하에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나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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