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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주주자본주의 저물고…고객·직원·사회 배려 `새 모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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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스포럼 ◆

매일경제

스위스 다보스에서 2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제50회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최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메인 행사장인 콩그레스센터 외부에 참가국 국기가 걸려 있다. 개막식 기조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할 예정이다. [전범수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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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 제50회 연차총회(다보스포럼)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위협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WEF가 주목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 이익 최대화와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경영의 최고 덕목으로 삼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게 주주자본주의의 핵심이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주주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시카고대의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 이익 증대"라며 주주지상주의를 설파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들은 이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 성과를 냈고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과도한 단기 이익 집착과 탐욕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결됐다. 또 주주 외 다른 모든 사안에 대한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극단적인 소득양극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기후변화 문제도 심각해졌다. 이처럼 고장 난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골자는 주주는 물론 직원, 소비자, 채권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기업 평판이 좋아지고 결국은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에게 관심을 쏟는 한편 벌어들인 돈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사주 매입에 다 써버리는 대신 미래를 대비해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고 환경에도 신경 쓰는 등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포럼 현장에서 매일경제 취재팀이 단독으로 인터뷰한 뵈르게 브렌데 WEF 총재(전 노르웨이 외무장관)는 "분기 실적만을 중시하는 기업이 훌륭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까, 이런 기업이 지속 가능할까"라고 반문하며 "미래에 대한 투자인 근로자를 중시하고 환경을 배려하는 기업이 더 지속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국의 지도자라면 상당 수준의 성장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성장을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위 1%가 혜택의 99%를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과실 분배가 불공평해지면 칠레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브렌데 총재는 "이 같은 시위는 국민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대중이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성장을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 다수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정적인 사회가 아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브렌데 총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중심을 맞춘 시스템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성장을 죽이는 분배 중심적 접근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케이크에 비유하자면 케이크를 키워서 분배해야지, 크기가 같은 케이크를 가지고 어떻게 자를지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다. 큰 케이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WEF가 이해관계자 개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3년 비즈니스가 단순히 주주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 이해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스테이크홀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WEF 50주년을 맞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비전을 담은 '2020 다보스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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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바프 WEF 창립자 겸 회장은 "비즈니스는 이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것은 이익 극대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정부·시민사회와 협력해 이 시대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인 소득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분열, 정치적 극단화, 기후변화 위기 등 도전에 대한 해답을 얻는 수단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재앙 수준의 호주 산불 사태로 기후변화 이슈도 올해 다보스포럼의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올해 다보스포럼 세션 중 18%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제로 채워질 정도다. 이와 관련해 2018년 WEF 폐막연설을 한 뒤 2년 만에 다시 다보스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1일 개막식 기조연설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상원 탄핵 절차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미·중 1차 무역협상 합의에 대한 자화자찬, 미국 내 지지층을 겨냥한 경제 민족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와 같은 대중영합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포럼 현장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WEF가 포럼 시작 전에 공개한 리스크 리포트를 통해 지구촌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환경보호보다 개발을 옹호하며 파리기후협정까지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이 참가자들로부터 상당한 비판과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 산불 사태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라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2년 전 폐막식 연설 때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에게 조롱 섞인 야유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날 기후변화 이슈를 놓고 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설전을 벌여온 10대 청소년 환경운동 아이콘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도 세션 연사로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의 기후대응 전략 부재를 질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툰베리가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지도 관심사다.

[다보스 취재팀 = 김명수 국차장 / 박봉권 부장 / 윤원섭 차장 / 유주연 기자 / 전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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