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내편 아니면 적" 첨예한 진영갈등 중재가 안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대한민국은 집회공화국 ④ ◆

대한민국이 집회·시위 공화국으로 전락한 데는 사회의 각종 갈등과 이견을 조율할 컨트롤타워 혹은 대타협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념·계층·성별·지역 갈등을 해소할 창구나 중재 절차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은 이념 갈등이다. 특히 이념 갈등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91.8%에 이른다. 3년 전보다 무려 14.5%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성인 38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의 사회통합 점수가 10점 만점에 4.17점에 머물렀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7%나 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 문화가 있다 보니 내 편으로 가두려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 혐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혐오는 분노보다 더욱 강하고 지속적·파괴적인 감정으로 소위 말하는 '헬조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집회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우리 사회 갈등이 대를 이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소년들에게 집회는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요술방망이'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거리·광장으로 나가면 전부 이뤄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의도정치, 대의정치의 실종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많은 국민을 주말이면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대의정치가 거리정치에 자리를 내준 게 여야를 불문하고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광장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문제 제기를 제도권이 수렴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반대 의견에 보다 귀 기울이는 인식과 함께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가 양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정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갈등 조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비전문가나 일부 전문가가 갈등 사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조정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