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집회소음 엄격한 日…단 한번이라도 85㏈ 넘으면 강력처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대한민국은 집회공화국 ④ ◆

매일경제

지난 13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가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인근 맹학교 학부모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밤낮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집회공화국'이 되면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 주민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집회 소음 기준을 세분화해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의 집회 소음 관리 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은 집회·시위 소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통일된 연방법규가 없고, 대신 각 주의 법률이나 조례로 규제하고 있다. 뉴욕주를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집회 자체를 사전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뉴욕주는 공적 집회에 대해 경찰국장이 집회 개최와 확성기 사용을 허가하고, 집회 소음이 타인의 건강 또는 편안함을 해칠 경우 확성기 사용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루이지애나주는 형법으로 병원이나 교회 등 출입구에서 55데시벨(㏈)을 초과하는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병원, 사회복지시설, 요양원의 경우 주간 50㏈, 야간 45㏈로 소음을 관리하고 있다. 주거지는 주간 75㏈, 야간 70㏈ 한도를 적용한다.

독일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악기 연주와 음향재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상업지역에 대해서는 주간 69㏈, 야간 59㏈까지 제한을 뒀고, 허용되지 않은 소음으로 타인을 방해하거나 건강을 침해하면 5000유로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소음원으로부터 10m 이상 거리에서 순간 최고 소음 85㏈을 넘기면 6개월 이하 징역형이나 20만엔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참고로 80㏈은 지하철 소음 수준으로 이 환경에 노출되면 청력 손상 우려가 있다. 학교·병원·도서관·보육원 30m 이내에서는 야간에 확성기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등 집회 소음 관리를 아주 엄격하게 하는 편이다. 한국의 경우 주거 지역과 학교, 병원, 공공도서관 소음 기준은 주간 65㏈·야간 60㏈ 이하, 그 외 지역은 주간 75㏈·야간 65㏈ 이하로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국에선 순간 최고 소음으로 규제하는 장치가 없는 허점을 악용해 집회·시위자들이 확성기의 순간 소음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현행 기준은 주거지역, 학교, 공공도서관, 병원 등 4개 구역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있다"며 "맹학교는 소리에 민감한 학생들이 있는 만큼 특수학교는 일반학교보다 소음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 세분화한 소음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소음 기준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형사처벌은 입증이 어렵고 기소되더라도 무죄 판결로 가기 십상이다. 확성기 일시 보관 조치 등은 실질적 억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 조치를 신설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평일과 주말·공휴일에 소음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서울에서는 주말에 오히려 평일보다 집회 시위가 더 많다. 어떻게 차등을 둘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 파리는 평상시 소음도와 집회 시 소음도 차이를 가지고 규제 기준으로 삼는다"며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집회 주최자들은 광화문과 청와대 앞 같은 장소에서 소리를 키우고 이슈를 만드는 방식만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할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은 이와 다르다"며 "해외에서는 집회·시위는 표현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이 사회에서도 존중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집회 장소·방법과 관련한 갈등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주거 평온을 통한 행복권 추구라는 기본권이 충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경찰 공권력은 집회·시위의 불법적 요소를 정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지 말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관되고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교수는 또 "집회·시위의 자유가 다른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시위 주최자들 생각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삶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소음을 줄이는 등 집회·시위 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빈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음 등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가 열려도 법률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는 집회할 때 소음 기준을 넘거나 폴리스라인을 넘어가면 바로 불법으로 인정하고 체포하는데, 우리나라는 잡아가라고 소리를 질러도 경찰이 대응하지 않는다"며 "공권력을 인정하지 않아 불법 폭력 시위를 엄단하거나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경찰도 집회 참가자에 대한 법 집행을 주저한다. 정치적 방향성이 정해져야 움직이는 게 우리나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 법률을 그대로 가져다 적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집회하는 분들이 다른 사람의 권리도 신경 쓸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식 기자 / 김유신 기자 /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