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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장기기증 유가족-美 이식인 `애틋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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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장기기증인 고 김유나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와 이식인 킴벌리 앰버 씨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에서부터 건너온 킴벌리 앰버 씨(24)가 중년의 한국 여성을 만나자마자 꼭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 여성은 앰버 씨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해주고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유나 양의 어머니인 이선경 씨(48)였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김양의 부모와 앰버 씨의 감동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음에도 만남 내내 손을 부여잡는 등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씨는 앰버 씨에게 희생을 의미하는 향초를 선물했고, 앰버 씨는 '유나가 준 선물로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오르골을 건넸다. 이씨는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니 유나가 하늘나라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우리에게 고맙고 죄송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건강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양측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4년 전이었다. 2016년 1월 미국에서 유학 중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김양은 장기를 기증해 앰버 씨를 포함한 미국인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김양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은 수차례 김양 부모님에게 편지를 보내온 끝에 이번 만남이 이뤄졌다.

이들의 만남 직후 국내 장기기증 유가족 모임 '도너패밀리'의 장부순 부회장은 "오늘 너무 부럽다"고 말하며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도너패밀리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 소식이 궁금할 뿐이라 소식을 전하고 싶은 이식인이 있다면 서신 교류라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이 목소리를 낸 이유는 국내에서는 장기기증인 가족과 이식인의 교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따르면 기증인 측과 이식인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해당 조항은 기증인 측의 부당한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들은 입을 모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02년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고 편준범 씨 어머니인 박상렬 씨(72)는 "아들의 장기기증으로 생명의 빛을 받게 된 이들이 건강하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전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은 법 개정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처럼 각 당사자가 모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장기기증 관련 기관이 매뉴얼을 제공하고 민감 정보를 걸러내는 등 서신을 주고받는 과정을 중재한다면 기증인 측의 부당한 요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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