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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잇단 파격…실리콘밸리에 `제2나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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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신년기획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② ◆

매일경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와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자본을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자본을 끌어들이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면 자본금, 의결권 등 주식회사 제도의 전통적 규범조차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태세다.

실리콘밸리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가 전개하는 제도 혁신의 무대는 전 세계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글로벌화는커녕 규정 하나 바꾸려면 금융위원회 등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보기술(IT)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新)자본시장'이 올해 안에 등장한다. '실리콘밸리거래소'라 불리는 LTSE(Long Term Stock Exchange)다. LTSE는 장기 투자자에게 의결권 두 배 부여, 이중 상장 허용, 주문 수수료 제로 등 제도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통해 나스닥 등 기존 거래소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을 흡수할 태세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만난 이현일 LTSE 기술책임은 "LTSE는 기업의 장기 가치 향상을 목표로 둔 증권거래소"라며 "장기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우대책을 대거 채택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장기 투자 우대책은 주식을 사는 날엔 1주당 1표가 주어지지만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1주당 표수가 늘어나 최대 2표까지 올라가는 제도다. 차등의결권과 달리 일반인도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의결권이 늘어난다는 개념이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기업공개(IPO) 첫날 주당 2표 이상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이현일 기술책임은 "창업자는 자본시장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며 "투자자는 주당 2표를 받게 되면 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을 보다 많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펀드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특례법까지 도입했다. 조세회피처에 버금가는 파격 혜택으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8월 VCC(Variable Capital Company·가변자본회사) 적용 특례법 도입을 확정하고, 이달 28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VCC가 현실화하면 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처에 몰렸던 대규모 펀드 자금이 싱가포르로 집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지 투자회사 관계자는 "자금 출처 등 민감한 정보 공개에 관한 규정을 없애고, 증자·감자 등에 관한 파격적 혜택이 VCC에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 팀장(싱가포르) / 정승환 기자(샌프란시스코) / 진영태 기자(런던) / 홍혜진 기자(뉴욕·보스턴)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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