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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또 연기된 김경수 선고, "판결문 쓰고, 고치다 막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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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연기 뒤 변론재개, "이례적 상황"

합의 안돼 다음 재판부로 넘어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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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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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2심 선고가 또 한차례 연기됐다.



연기, 그리고 또 연기



김 지사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4일 김 지사에 대한 선고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선고 일정을 이달 21일로 연기한 데 이어, 선고를 하루 앞둔 20일 돌연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변론 재개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쓰기 전 김 지사와 김 지사의 변호인, 특검 측에 추가 질문을 하겠다는 뜻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21일 오전에 잡혔던 선고 기일엔 변론이 재개될 예정"이라며 "이날 선고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 연기 이유에 대해선 21일 법정에서 직접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의 변호인과 특검 측 모두 중앙일보에 "재판부 직권으로 결정한 일이라 선고 기일이 연기된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김 지사의 1심을 맡았던 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 드루킹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있는 김 지사에 대해 특검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결심에서 징역 6년(댓글조작 3년 6월, 공직선거법 위반 2년 6월)을 구형한바 있다. 김 지사 측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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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해 서고등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 항소심에 참석하려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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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의견이 엇갈리다



법원 내에선 김 지사의 2심 재판부가 선고를 두 차례나 연기한 이유로 재판부 판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사건의 쟁점을 두고 재판장과 좌·우 배석간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판결문을 얼마나 썼을진 모르겠지만 판사들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변론을 재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결문을 쓰다 막히니 선고를 연기하고, 다시 판결문을 쓰다가 막혀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보통 유죄를 무죄로 뒤집을 때 판결문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김 지사의 사건은 유죄 판결문도 복잡해 함부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고 전 김 지사의 재판부가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올해 2월 법원 인사에서 김 지사 재판부 재판장인 차문호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좌배석 판사인 최항석 부장판사가 모두 인사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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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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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판부 바뀌나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해 추가 공판 일정이 2월 중 잡힌다면 김 지사의 선고는 재판장이 교체된 뒤에 내려질 수도 있다. 그 경우엔 재판부에 새로 배치된 판사들이 사건 기록을 보고 다시 심리를 해야해 선고가 4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지사측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의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속 연구관이었다며 '적폐판사'라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차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첫 공판에서 "불공정이 우려되면 재판 기피 신청을 하라"며 김 지사 측에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재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닭갈비 영수증의 변수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김 지사는 항소심에선 법무법인 태평양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고용해 총력전을 펼쳤다. 김 지사의 변호인단엔 판사 출신인 태평양의 홍기태, 김성수 변호사 등이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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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모습. [연합뉴스]


김 지사 측은 1심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의 아지트인 산채를 찾아 매크로 조작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는 특검의 주장과 사실관계를 뒤집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김 지사와 김 지사의 비서, 김 지사 운전기사의 동선,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려 구매한 닭갈비 영수증 등을 제시하며 "당시 김 지사의 경로와 시간을 봤을 때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에 2016년 9월 11일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해 저녁 8시 23분경 킹크랩 시연을 본 뒤 산채를 떠났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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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드루킹 특검에 첫 출석 조사를 받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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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재판부가 김 지사 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경우, 김 지사는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조작을 지배했다"는 1심 선고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생긴다.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또한 김 지사 측의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댓글조작을 대가로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대가성'도 흔들릴 수 있다.



특검의 반박



하지만 특검 측은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시간에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상황"이라며 "이를 김 지사가 봤다는 진술도 충분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1심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도 다수의 증거와 진술로 "김 지사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 1심에서 댓글조작의 공범으로 인정돼 실형을 받은 드루킹 김동원씨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도 댓글조작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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