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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일선 법원서 '재판 외길' 걸어온 정통법관…노태악 대법관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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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근무 없이 법원서 약자 배려한 소신 판결 다수…조직 신망 두터워

전임정부 때 좌천 겪은 노태강 전 문체부 차관 동생…김명수 체제 들어 7번째 후보

연합뉴스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노태악 부장판사
[대법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새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노태악(58·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다양한 재판 경험과 치밀한 법이론을 갖춘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다만 '비(非)서울대' 출신이라는 점, 엘리트 법관 코스로 꼽히는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면서 '재판 중심의 사법'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그는 계성고,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한양대 출신 대법관은 박보영(59·16기) 대법관 이후 두 번째다.

1990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30년간 주로 재판 업무에 매진해왔다.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은 없지만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서울북부지방법원장 등을 두루 거치며 굴곡 없는 이력을 쌓아왔다.

민사, 형사, 행정, 특허 등 다양한 분야 재판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대법관 후보자는 전임 정부에서 좌천됐다가 현 정부 들어 영전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동생이기도 하다.

노 전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당해 좌천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승진했다.

노 부장판사는 중도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2018년 2월 구성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단원으로 활동한 정도가 눈에 띄는 이력이다.

주요 판결로는 국제거래와 중재 관련 판결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외국도산절차 대표자의 법적 지위나 중재법 제17조 권한심사 규정 등과 관련해 최초의 법리를 밝힌 법관으로 잘 알려졌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기본권을 증진하기 위한 법원의 역할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둬왔다.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 행위를 한 것처럼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KBS 드라마 '서울 1945'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의 사실이 더 많은 드라마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뇌출혈이 발병한 경찰관, 혈관육종이라는 희귀병으로 사망한 소방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도 있다.

탈북자 5명이 신상 노출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신원이 공개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은 정당하다는 판결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부드러운 성품과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법원 내외부로부터 두루 신망을 얻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원장 재직할 당시 생활 분쟁형 사건을 집중 처리하고, 관내 6개 구청을 순회하면서 법률학교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등 사법행정을 위한 아이디어도 풍부하다는 평을 듣는다.

법원으로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문화행사를 여는 등 문화예술에도 조예가 깊다.

한편, 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대법관에 임명되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수는 7명으로 늘어나 13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과반을 처음으로 넘기게 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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