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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바둑으로 日 이겨다오’ 故신격호 명예회장의 남다른 바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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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5년 12월 4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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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돈으론 일본을 이겼으니, 너희가 머리(바둑)로 일본을 이겨다오.”

프로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의 형이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바둑 선생님이던 조상연 씨(일본기원 7단)는 20일 50년 넘게 이어왔던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조 씨는 “어린 동생(조치훈)을 일본으로 데려와 프로로 키우고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면서 “회장님이 지원해줘 동생이 일본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인의 바둑 사랑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바둑 초보였지만 머리가 좋고 열심히 배워 전성기엔 ‘아마 5단’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 씨는 “과거 통금시간이 있던 시절 집에 가려고 하면 회장님이 자고 가라며 붙잡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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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4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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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격호 명예회장님은 나에게 ‘그늘’과 같은 존재였다.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 9단은 2015년 1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인을 만나 바둑을 뒀던 일화를 들려줬다.

조 9단은 “당시 회장님의 병세가 깊어 나를 못 알아볼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가족분들이 말했는데 회장님은 나를 한 번에 알아봤다”며 “요즘 어디 사느냐, 머리카락이 엉망인데 왜 이발소에 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져드리긴 했지만 수준급이었다”면서 “‘항상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고 저세상으로 가셨다.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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