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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상이의 내 인생의 책]②경제와 윤리 - 시오노야 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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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철학

경향신문

나는 복지 운동을 시작한 지 약 15년쯤 지났을 때 큰 고민에 빠졌다. 2006년 늦가을, 노무현 정부 임기 4년이 거의 지나간 시점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한·미 FTA 추진을 계기로 진보적 지지층이 상당수 이탈했다. 고립무원에 놓인 ‘가장 민주·진보적인 정권’을 지켜보며 크게 성찰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복지 제도는 개발도상국 중 최고였다. 12년 만에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증을 제공했고, 특히 김대중 정부 말에는 선진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복지 제도들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국민은 더 불행해졌다. 경제와 소득의 양극화는 심화됐고, 자살률은 치솟았고, 2002년 이후 초저출산 현상은 지속됐다.

우리가 찾은 것은 보편적 복지국가였다. 스웨덴 모델의 역사와 원리를 공부하며, 우리 현실에 적용할 방안들을 담론과 정책 차원에서 준비했다. 그때 읽은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자본주의(18세기의 자유권)에 민주주의(19세기의 참정권)와 사회보장(20세기의 사회권)의 원리를 통합한, 개입주의 경제·복지 체제인 보편적 복지국가의 윤리적 정당성을 옹호해 준 복지국가 철학서가 바로 이 책이었다. 이런 고민을 거쳐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7년 7월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담은 <복지국가 혁명>을 출간했다.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는 자유주의 복지국가, 존 롤스의 사회계약주의는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에 각각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도덕철학이다. 저자는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를 비판하며 롤스의 정의론에 공동체주의의 탁월 개념을 도입해 경제와 윤리의 재통합을 시도했다. 2014년 신정완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읽기 쉽게 쓴 <복지국가의 철학>을 출간했다.

이상이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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