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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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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오십견이 처음 찾아왔을 땐

노래 「청춘」을 듣다가 밤 부엉이처럼 울었다

육십 고개 넘어서면

나이도 재산으로 쌓이는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수록

목소리가 깊어가는 가객을 생각한다.

늦은 가을 저녁, 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껍질도 갈라터지고 속이 단단하게 채워질수록

나무의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세계일보

나무는 온갖 병충해와 눈, 비, 천둥 벼락을 맞으면서 껍질이 갈라 터지는

상처를 겪고 나서야 너른 품과 깊은 향기를 지닌 거목이 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파에 시달리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오십견이 찾아오고,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면서 하얗게 센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고 하지만, 청춘의 날은 잡히지 않습니다.

젊은 날에 아무렇지 않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듣습니다.

가객이 한층 깊어진 목소리로 ‘청춘’을 노래합니다.

설익은 기교를 버리고 속이 단단하게 채워진 목소리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육십 고개를 넘고 나니 잎사귀 다 떨친 나목이 향기롭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너른 품과 깊은 향기를 지닌 나무나 인간이 되는 것은

참으로 긴 시간을 잘 견뎌내는 일입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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