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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디지털 세상 읽기] 휴먼 스크리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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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과거 의약 기술은 인간의 신체가 동일한 작동방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동일한 질병이라면 누구나 동일한 약을 사용하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인류는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종류와 기능을 밝혀냈다. 문제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접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이 방식을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는 최근 ‘인간 스크리놈(screenom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류가 디지털 세상에 깊숙이 빠져들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이야기할 때마다 스크린 사용시간을 얘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지역에 사는 같은 성별, 같은 나이의 아이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과거에 채널이 몇 개 되지 않던 시절에 개발된 ‘TV 시청시간’ 조사 방식으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개별 사용자가 매일, 매 순간 스크린에서 어떤 것을 보는지 연구한다. 이를 위해 참여자의 폰에 소프트웨어를 깔아서 폰의 화면이 켜져 있는 동안 5초에 한 번씩 화면을 캡처하고, 이를 전송받아 관찰, 분석한다. 이미 전 세계 600여 명의 동의를 받아 캡처한 3000만장의 화면을 분석 중이다.

프라이버시의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모바일 스크린을 연구진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보다는 1940년대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가 진행한 인간 성생활 연구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기대된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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