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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만났습니다]①박종호 청장 "산 아닌 국민 사는 곳에 숲·휴양림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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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 "네거티브 규제가 韓·美 차이 만들어"

경제림 조성·삶의질 개선·대북사업 확대 3대 과제 제시

임업인 소득 증대·산촌경제활성화 정책적 대변화 예고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림청은 그간 숲을 만들고 가꾸는 고유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50년의 미션은 산이 아닌 도시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단지 산이 있다는 이유로 산간 오지에 휴양림이 조성됐다면 앞으로는 도시에 숲과 휴양림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결국 산림정책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 집중돼야 합니다.”

지난달 13일 제32대 산림청장으로 취임한 신임 박종호 산림청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좋은 정책은 더 많은 국민들이 향유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산림정책의 질적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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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신임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내 산림청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경제림 조성·국민 삶의 질 개선·산림분야 대북사업 확대, 3대 주력사업

박 청장은 경제림 조성 및 국민 삶의 질 개선, 산림분야 대북사업 확대 등을 임기 중 선도적으로 해야 할 3대 과제로 꼽았다. 그는 “그간 산림청은 기관 고유업무인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과 함께 병해충·산불·산사태 예방 및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다 휴양기능이 강조되면서 2000년대부터 산림치유와 휴양 등 산림의 대국민서비스를 강화했다”면서 “이제 산림청은 고유업무를 포함해 목재 생산 등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때”라며 산림정책의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두 번째로 제시한 키워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눈높이의 변화이다. 그는 “국내 도시화율은 90% 이상으로 높아진 만큼 과거 산림정책이 산이 많은 곳에 집중했다면 이제 사람에 집중할 때”라며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산림정책도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 차단숲, 바람숲길, 도시정원 조성 등 사람이 많은 곳에 정책적 수혜가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변화에 수반되는 것이 바로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며 “청년들이 도시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심에 대한 예산 투입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과제는 신(新)북방정책과 신(新)남방정책과 함께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남북평화체제 구축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수축사회에 진입한 만큼 인구와 일자리를 늘리기 쉽지 않게 됐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신남방과 신북방은 좋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과 정치적 통일이 어렵다면 경제적 통일을 도모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국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변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 등 4대 강대국이 우리 대외정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기회 요인도 되는 만큼 우리가 이들 4개 나라와 북한을 연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전 세계 물류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박 청장은 “우리는 북한과 자유로운 교역이 시급하며 비정치적인 산림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할 사업들이 많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산림복원으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북한의 산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황폐한 산림을 복원한다는 명분에 국제사회가 이견이 없는 만큼 산림분야가 남북협력의 물꼬를 트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업인 소득 증대 및 산촌경제 활성화 위해 산촌진흥정책 대변화 예고

박 청장이 바라보는 임업인과 산촌경제는 가장 가슴 아픈 손가락이다. 그간 산림청은 임업인 소득 증대와 산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상대적으로 농촌과 어촌과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청장은 “임업인과 산촌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난제”라면서 “산촌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자족 기능 강화 등 산촌진흥정책이 그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에 현 정부는 마을 중심에서 거점권역 육성으로 산촌진흥정책을 전환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산촌경제 육성을 위해서는 도시 거주민보다 더 나은 소득이 보장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산촌에 젊은 인구가 유입돼야 하며 이를 위해 차별화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 등 젊은 세대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하며 선진국의 경우 연령별 지원금이 2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산림청은 올해 임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임산물 생산·가공·유통·소비 등 전단계의 지원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소득 창출을 위한 생산기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 중심의 유통·가공 시설 지원 및 임산물 클러스터 조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또 임산물 국가통합브랜드를 만드는 동시에 떫은감과 표고, 밤 등에 대해 자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 청장은 “최근 산림분야에 대한 공익형직불제 지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산림 대부분이 보전산지로 개발이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로 산주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큰 만큼 임업인의 소득보전 및 임업선순화구조 형성,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산림분야도 공익형 직불제에 포함돼야 한다. 그간 이 부분에 있어 산림청이 정책적 대처에 부진했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임업인 소득 증대를 위한 산림청의 적극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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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신임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 내 산림청장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6%에 불과한 국유림 비율 40% 이상 높여야…사람 있는 곳에 휴양림·숲”

산림청은 박종호 청장의 진두지휘 아래 변화의 파도를 타고 있다. 박 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 내부에 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 전 직원들에게 그간 해왔던 일들을 다시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며 “과거에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사업 목적이나 예산 집행의 효율성 등을 간과한 것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바꿔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산림정책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는 국유림 확대를 지목했다. 박 청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사유림 비율이 높다. 지난 30여년간 사유림 매입을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해 기준 국유림 비율은 전체 산림의 25.9%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국가가 계획, 관리할 수 있는 산이 4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국유림 비율을 4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산림의 경영과 존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유림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예산 등을 이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매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셔널 트러스터 운동과 같이 시민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산을 매입한 뒤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해 국유림을 늘리는 방안도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청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료들의 규제 만능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우리 관료들은 배를 항구에 두는 것을 좋아하는데 배가 항구에 있다 보니 기름값도 아끼고 고장 날 위험도 없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바로 한국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꼬집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는 바다에 나가야 하며 태풍을 만나 좌초하거나 고장이 나더라도 바다로 나가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처럼 항구에 배를 놓고 기름값을 아껴서 세금을 절약했다고 칭찬받는 공무원들이 없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공무원이었던 그의 입에서 나온 첫 화두는 관료사회의 혁신이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도로에서 U턴 금지구역에 대한 표지판만 있다. 반면 한국은 U턴이 가능한 지역만 표지판으로 돼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가 오늘날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 청장은 “규정에 없는 것은 재량행위로 생각하고 상황을 판단해 처리하면 되지만 국내 공무원들은 규정에 없으면 안된다고 해석한다”며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변해야 하며 산림청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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