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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호르무즈 그곳선 어뢰·드론 은밀히 온다···청해부대 경계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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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1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청해부대를 보내는 ‘독자 파병’을 결정했다.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과 함께 이란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고심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 해군 함정의 군사적 능력이 호르무즈 해협 위협에 대응하기에 충분한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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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28진(최영함) 장병들이 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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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임무는 지난해 12월 말 청해부대 31진으로 출항한 왕건함(4400t급)이 맡는다. 이에 따라 왕건함은 오늘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에 강감찬함(청해부대 30진)이 맡아온 청해부대 임무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낮고 이란 내륙과 인접하고 있어 다양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잠수함 공격에 대비하는 능력과 함께 이란 내륙에서 나오는 미사일 공격을 회피ㆍ방어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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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 지역 확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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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예멘 후티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드론 공격으로 심대한 피해를 줬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내륙과 인접하고 있어 드론과 미사일 공격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이란 해군은 잠수함 21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중 16척은 북한에서 수입한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이다. 가디르급은 2010년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수출형 모델이다. 크기가 작아 작전 범위는 짧지만, 소음이 작아 탐지하기 어렵고 수심이 낮은 해협에서도 작전이 가능해 우리 해군에게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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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배치될 파병부대 주요 위협으로 드론과 미사일 그리고 어뢰가 꼽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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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도 파병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아덴만으로 강감찬함을 파병할 때부터 수중ㆍ공중 위협에 대비해 탐지 능력과 대응 능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탐지 센서와 어뢰를 보강하고 공중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과 근접방호 체계를 강화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강감찬함은 청해부대 파병을 앞두고 드론 대응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외로 나가는 함정은 임무에 따른 성격과 위협에 따라 무장 능력을 달리한다”며 “위협이 낮을 때는 군수 물자를 더 많이 싣고, 위협이 높은 지역에서는 미사일과 같은 무장을 더 많이 탑재한다”고 설명했다. 함정이 견딜 수 있는 최대 무게 범위 안에서 융통성 있게 조절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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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에 파병된 왕건함(DDH-978)은 대잠ㆍ대수상함ㆍ대공 공격 및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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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함과 같은 청해부대 임무는 한국형 구축함(DDH-Ⅱ급)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평소 승조원 규모 200명보다 많은 장병 300명이 탑승한다. 검문검색 대원과 함정 경비 임무를 지원하는 해병대와 항공파견대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왕건함은 함정 길이 150m, 폭 17.4m, 깊이 7.3m 크기에 최대 속력은 시속 29노트(54㎞)까지 낸다. 127㎜ 함포와 함대함 순항미사일 ‘해성’, 대잠 유도무기 ‘홍상어’도 탑재해 강력한 공격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SM-Ⅱ 대공미사일도 탑재해 최대 140㎞ 밖에서도 적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고,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갖춰 미사일 방어도 가능하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에서 파견된 검문검색 대원은 피랍 선원 및 재외국민 구출 등 특수작전에 투입되는 최정예 요원이다. 왕건함은 고속단정(RIB)와 링스(Lynx) 헬리콥터도 갖추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왕건함 병력 중 24%에 해당하는 72명이 과거 청해부대 파병 경력이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특수전전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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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함에는 해군 특전단(UDT) 대원과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도 승선해 있다. 이들은 유사시 재외국민 구출 등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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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찬 연세대 겸임교수(전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는 “완벽할 순 없지만, 해상 교통로 보호 임무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군사 능력은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유사시 인근 지역으로 추가 병력 신속 증파도 가능하다. 추가 지원 전력으로는 공군 수송기(C-130)와 공중급유기(KC-330)가 우선 꼽힌다. C-130은 최근 10년간 8차례의 해외 재난 사례에서 이미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공군은 2018년 10월 사이판 태풍 재난 때 활주로가 파괴되고, 관제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립된 국민 799명을 대피시켰다.

지난해 1월 전력화된 KC-330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투입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KC-330을 수송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민항기 기반 군용기여서 약 3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용한ㆍ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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