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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정부, 호르무즈 파병 왜 결정했나···미국 및 이란과 관계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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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합참 민군작전부장인 정철재 소장(가운데)이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위원장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현재 아덴만 일대에 파병된 청해부대를 일부 지역에 확대 파병하는 정부 결정에 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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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일 중동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병력을 한시적으로 파병키로 했다.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여하지는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독자 파견, 필요시 IMSC와 협력

국방부는 21일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으로부터 국민 및 선박 보호 등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우리 군 지휘 아래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위연합)에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다만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활동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IMSC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서 파견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우리 선박을 보호할 능력이 없을 때 IMSC에 협력을 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청해부대 능력에 제한이 있으니 그 한도 내에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MSC 차원에서 청해부대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이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늘 임무교대한 왕건함부터 작전 수행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임무를 교대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부터 작전 반경 확대가 적용된다. 청해부대는 4000t급 구축함인 왕건함, 링스헬기 1척, 고속단정 3척, 병력 320명 등으로 구성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을 파견할 때부터 호르무즈까지 작전 반경 확대를 염두에 뒀다. 이란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대잠 능력을 보강한 것이다.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소나와 폭뢰, 대공능력 등을 확충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7월 청해부대 기항지를 아덴만보다 위쪽이며 호르무즈해협과 근접한 무스카트항으로 변경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위한 사전 대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시 호르무즈해협 안정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히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였다. 합동참모본부도 청해부대가 아덴만과 호르무즈에서 번갈아 가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화된 동선과 작전 기간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한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동 상황이 좋아지면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동의 필요없다”

국방부는 현재 유사시 상황에 중동지역에 있는 국민 안전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파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에 미국과 이란의 분쟁 등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국민, 선박, 안정적 원유 수급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정부는 현 상황을 ‘유사시’ 상황이라고 정책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거 청해부대가 리비아와 가나에서 국민 구출 작전에 투입됐던 점에 비춰 국회 비준동의 없이 파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사안은 아니다”라며 “‘유사시’라는 조건이 국회 동의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파병과 관련한 국회 동의안에는 청해부대의 임무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파견 지역에는 아덴만 해역 일대 외에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고 규정했다. 군 관계자는 “과거 우리 국민 철수 때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라며 “단지 작전 범위 구역이 확대된 것으로 임무는 동일하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는 한국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우리 선박이 연 900여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관계 영향은?

정부가 파견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줄곧 호르무즈 안정 기여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해왔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취한 것은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파견 형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미국의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파견을 결정했다.

정부는 파견을 발표하기 전 미국과 사전 협의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수준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파견 결정이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이 향후 북한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북·미 대화의 촉진을 위해 남북관계 증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은 대북 개별관광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금융, 통행 수단 등 제재 위반으로 지적될 소지들이 있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번 호르무즈 파견 결정이 미국의 보다 전향적인 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호르무즈 파견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이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미국의 과도한 분담금 요구를 방어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호위연합체에 포함되지 않은 독자적인 파견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여’인지는 불확실하다.

정부의 파병 결정으로 중동 지역에서 우리 국민 및 선박의 안전이 더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파병 발표 전 이란에도 우리 입장을 사전에 설명했다. 이란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파견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 차관은 일본의 중동 파견을 두고 “외국 군대가 중동에 주둔하는 것은 안정과 평화,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지난 8일 이라크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공격을 감행하면서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미국의 우방국들이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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