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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잠정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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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로그기록 등이 증명…드루킹과 공모관계는 확정 못해”

8개 쟁점 ‘추가 심리’ 밝혀 항소심 또 연기…김 지사 측 당혹



경향신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 연기 뒤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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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사건을 심리해온 2심 재판부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잠정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바로 김 지사와 김씨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공모관계에 관해 추가 심리하겠다고 했다.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김 지사의 2심 재판을 재개하며 “현 상태에서는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추가 심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14일 재판을 종결하고 지난해 12월24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이날로 연기했으나, 전날 다시 선고를 취소하고 공판 재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김씨의 경기 파주시 사무실인 ‘산채’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잠정 판단했다. 차 재판장은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사실은 당일자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통해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특정 쟁점에 대한 잠정 판단 내용을 고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고 하더라도 김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공모관계를 추가 심리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모관계는 실현행위를 한 사람에게 그 행위의 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성립하지만,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단순히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 재판장은 기존에 제출된 증거와 공방만으로는 공모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차 재판장은 추가 심리할 8개 쟁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김 지사와 김씨가 단순히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였는지 아니면 공통된 정치적 목표를 이루려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를 쟁점으로 꼽았다. 김 지사가 19대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나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그 역할이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여론 형성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쟁점이다.

재판부는 당시 민주당과 문 후보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과 활동이 이뤄졌는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업체들이 비정상적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투입한 노력과 비용이 얼마인지에 관한 의견도 요청했다.

차 재판장은 “재판이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피고인과 특검은 물론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전체적인 사안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책임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을 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워했다. 2심 재판에서 ‘공모하지 않았다’는 변호인단 주장의 핵심 근거가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였는데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 이옥형 변호사는 “저희는 일관되게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시연을 안 봤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심증을 밝혔다고 해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수는 없다”며 “잠정적인 심증 개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쟁점들에 관한 특검과 김 지사 측 의견서를 받은 뒤 3월10일 다음 공판을 열기로 정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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