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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휘자 금난새, 가족관계등록부 성씨 `김` 아닌 `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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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소송 1·2심 패소→대법, 금씨 승소 취지 파기환송

法 "출생부터 금씨 사용, 공·사적 생활 영역 형성"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휘자 금난새(73)씨가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금`씨 성(姓)을 쓸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금씨가 “가족관계 등록부에 `김`으로 표기된 성을 `금`으로 바꿔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소송 상고심에서 금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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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대중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지휘자 금난새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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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씨의 부친인 고(故) 금수현 작곡가는 1945년 광복과 함께 순우리말을 아끼자는 취지에서 성을 김에서 금으로 바꾸었고 자녀들의 성도 금으로 지었다. 한글 사용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0회 외솔상(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려 만든 상)도 받았다.

아들 금씨 역시 1947년 출생과 함께 `금`을 성으로 사용했다. 부친이 사망한 1992년 이후 상속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상속신청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상 성이 달라 상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과거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때 성을 김으로 표기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금씨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성을 금으로 바꿔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은 바꿀 수 없다며 금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금씨 집안이 순우리말을 사용하려는 생각으로 광복 이후 가족의 성을 계속 금으로 사용했고, 금씨 역시 출생 이후 각종 사회 활동에서 성을 금으로 써왔다며 금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 시절부터 한자 성 `김`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해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 영역을 형성해 왔다면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을 `금`으로 정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누구나 성을 김에서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금씨 집안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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