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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vs 경영권 훼손’…공정경제 3法, 이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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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자본시장 “기업 투명성 제고 등으로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

재계 “노골적 경영 간섭 기업 경영 자율성 저해…사외이사 대란”

이데일리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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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박정수 기자] 정부가 사외이사에 대한 독립성을 높이겠다며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의결했다. 국민연금의 발언권도 대폭 강화된다. 5%룰 적용을 일부 완화해 국민연금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전문위원회를 법제화해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 불식과 함께 기업의 투명성 높이고 책임 경영을 우선순위에 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재계는 정부의 이번 조처를 두고 유례없는 경영 간섭이자 이사회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정부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중 상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공포 후 즉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이른바 ‘5%룰’ 적용을 일부 완화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5%룰에 따라 지분 변동 내역을 즉시 공시하면 매매전략과 투자패턴을 공개할 수밖에 없어 추종매매 등에 따른 수익률 하락 우려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부담이 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5%룰 적용 범위를 축소했다. 다만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를 강화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도 개선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전문위원회 근거를 시행령에 명문화하고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를 상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 미공개 중요정보의 획득·이용가능성 등 국민연금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부족했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힘이 실린다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현재 소수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 거버넌스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지배권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한국 증권시장 버팀목인 국민연금을 고려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자본시장에서 발언권이 없었던 일반 투자자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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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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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개입 유례없다”…재계, 거센 반발

재계는 노골적인 경영 간섭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을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연기금이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증가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총 소집 시 사업보고서를 첨부토록 하는 것은 사업보고서의 완결성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과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며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면 인력난을 피하기 어려워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외부 개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이번 법 개정으로 정부가 국민연금에 기업 이사 선·해임, 정관변경 등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당장 사외이사를 못 뽑는 ‘사외이사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566개사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이는 12월 결산 전체 상장사(2003개사)의 28.3%, 전체 사외이사 3973명 중 18.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히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전체의 5.8%인 116개사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외이사는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선호도가 낮다”며 “기업이 어렵게 모셔와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개정으로 사외이사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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