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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번 설날은 친정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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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왜 매번 당연히 가는 거야?’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 설날 연휴 시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우린 왜 서울부터 가는 거야?"

"그럼 어디부터 가? 강릉 가고 싶어?"

갑작스런 질문에 남편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결혼 후 매년 찾아오는 설날, 추석 명절 두 번을 늘 남편네 집에서 먼저 보냈다. 명절 당일 아침 예배를 드리는 우리 집과 달리 남편네는 향을 피우고 차례를 지냈다. 수북이 담은 밥과 국 그릇만 일곱 개. 얼굴도 모르는 조상님께 예를 모두 갖춘 다음에야 친정인 강릉으로 향했다.

바삐 움직인다고 어수선을 떨어도 집밖에 나서면 점심시간이 다 됐다. 그 시간에 고속도로에 오르면 백발백중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우리처럼 차례를 지낸 뒤 이동하거나 놀러가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리라.

평소 같으면 세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아홉 시간을 꼬박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파김치가 되어 도착한 친정에서 제대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 채 잠을 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명절 연휴.

남편과 나 둘일 때는 그것도 추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엔 아이에게도, 차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내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온갖 장난감을 동원하고, 차에서 기저귀를 갈아주며 그 긴 시간을 보냈다. 잠시 쉬고자 내린 휴게소는 사람들로 가득해 그리 좋은 쉼터가 되지 못했다.

친정 부모님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힘들다"며 오지 말라고 하셨다. 몇 번의 귀성길을 겪으며 친정에는 명절 전에 미리 가거나 아예 나중에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명절 연휴를 시가에서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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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귀성길을 겪으며 친정에는 명절 전에 미리 가거나 아예 나중에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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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안 가고 어쩐 일이냐"며 깜짝 놀라면서도 좋아하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곱게 한복을 입힐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강릉 할머니, 강릉 할아버지와 작은할머니, 작은할아버지, 증조할머니 등 친정 식구들 앞에서 세배를 할 수 있게 됐다. 명절 당일 친정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 계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영상통화로 인사드릴 예정이다.

조금은 다르게 맞이하는 이번 설날이 참 감사하게 다가온다. 어느 때보다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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