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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삼성전자 '30%캡룰' 3월 적용?…자산운용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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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코스피200 시총비중 33.51%…30%캡룰 조기적용 검토

거래소 "3월 가장 유력…어느정도 기간 평균낼지 고민중"

제한된 비중 초과분 매도해야 하는 운용업계 '비상'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200 지수에서 삼성전자(005930)의 시가총액 비중을 30% 내로 제한하는‘ 30%캡룰’을 3월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기조정은 매년 6월과 12월에 이뤄지지만 코스피200 내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이 나날이 커지며 쏠림이 심해지자 조정일을 앞당겨 캡을 씌운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삼성전자에 캡룰이 적용될 경우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서 제한된 시총 비중 만큼 기계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켠에선 삼성전자 매도 물량 만큼 다른 상위 종목군에 매수가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삼성전자 시총비중 33.51%…3월 ‘30%캡’룰 적용 검토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200 지수 내에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33.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개선이 더디게 이뤄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빠르게 올라오자 다른 종목 대비 삼성전자의 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코스피 200 내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은 지난해 12월 9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30%를 넘기고 있다. 최근 한달 간(지난해 12월 20~1월 20일) 코스피 200 내 시총 비중 평균은 31.94%다.

코스피 200 내 삼성전자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자 거래소는 30%캡룰의 조기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30%캡룰이란 코스피200지수에서 특정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해 6월 도입됐다. 원래대로라면 6·12월 지수 정기변경에 직전 3개월(3~5월 혹은 9~11월) 시총 비중을 평균 낸 뒤 30%캡을 적용하는데,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기변경 이전에라도 캡을 씌워야 한다고 거래소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있는 3월에 조기변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30%캡룰을 수시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세부규정이 없는 만큼 거래소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중이다. 만약 1개월 시총평균(31.94%)을 기준으로 현재 30%캡룰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33.51%에서 1.94%포인트 만큼 비중을 깎아 삼성전자의 시총비중은 31.57%가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시조정을)2월에 할 것이냐 3월에 할 것이냐 4월에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 중인데 지금으로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도 있고 정기변경(6월·12월)의 중간시점이기도 한 3월을 가장 유력한 조정일로 보고 있다”며 “수시변경을 한다면 최근 1주일 시총비중을 평균 낼 것인지 한 달 내 시총비중을 평균 낼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우선 자산운용사나 국민연금의 의견수렴을 받고 있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 삼성전자 기계적 매도 나오나…기타 종목 낙수효과도 주목

자산운용사에선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의 대형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에 30%캡룰이 적용될 경우 캡이 씌워진 비율만큼 기계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200 관련 ETF를 산다는 건 코스피 지수라는 벤치마크를 그대로 산다는 의미이기에, ETF와 지수 간 차이(트래킹 에러)가 벌어져선 안 된다.

인덱스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에 3%포인트의 캡을 씌워서 그만큼 기계적으로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갖고 있는 NAVER(035420) 물량을 모두 팔아치우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물량이 큰 만큼 미리 매도하긴 어렵고 지수 변경이 이뤄지는 시점 이후로 시장의 분위기를 봐 가며 조금씩 매도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에는 30%캡룰 적용이 수급상 악재지만 삼성전자 매도 수요가 다른 종목들의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순자산총액은 24조 6297억원 규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수 인덱스 및 ETF 매니저들은 추가수익을 얻기보단 트래킹 에러를 최소화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캡이 씌워질 경우 파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며 “코스피 200 지수 트랙킹 자금을 30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삼성전자 매도수요가 약 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기타 상위종목군으로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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