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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美 호르무즈 연합' 참여 아닌 청해부대 독자 파병 이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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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해협 위협 공동 대응 요구 부응

이란과의 관계 감안, '美 IMSC' 참여 안한듯

日도 단독 작전, 유럽 7개국 별도 연합체 꾸려

아덴만 해적 행위 줄어 전력 공백 크지않다 판단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가 아닌 기존 청해부대 작전 구역 확대 방식으로 병력을 보내기로 한 것은 미국 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청해부대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덴만 일대에서 해적 행위가 줄어들고 있어 작전 구역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해부대 30진부터 전력 보강

미국은 그간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 정부에도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IMSC에 참여하는 방안과 새로운 파병 부대 창설,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지난 해 말 중동 지역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우리 선박의 자유 항행을 군사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병력을 파견하기로 내부 방침은 정한 상태였다. 유조선 피격과 억류, 미군 무인 정찰기 격추 등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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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남 거제도 앞 해상에서 해군 청해부대 대원들이 해적에게 선박이 피랍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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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의 IMSC 참여 요청이 가시화 됐던 지난 해 8월 아덴만을 향해 출항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은 대잠전 전력 등을 보강했다. 대해적 작전 뿐만 아니라 군사적 위협에 대응한 작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강감찬함은 앞선 청해부대와 달리 선배열음탐기(TASS)와 무인기, 폭뢰 등을 추가로 탑재했다. 우리시간으로 21일 오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임무를 교대하는 31진 왕건함 역시 강감찬함과 마찬가지의 무장을 했다.

◇청해부대 작전구역, 거리 기준 3.5배↑

청해부대의 작전구역 확대 배경엔 아덴만에서의 임무 소요가 줄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해부대가 처음 파병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이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여명작전) 당시 2011년에는 아덴만 해협 내 해적 행위가 극에 달했다. 당시 피랍은 8건, 피격 143건, 의심 197건 등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해적행위가 현저히 줄어들어 지난 해에는 피랍 0건, 피격 1건, 의심 1건에 그쳤다.

대신 청해부대의 아덴만 외 지역에서의 작전 횟수가 잦아졌다.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작전, 가나 피랍선원 호송작전, 리비아 피랍 국민 구출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다. 늦어도 사흘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전력 공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은 거리 기준으로 3.5배 가량 늘어나게 됐다. 그간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의 1130㎞ 구역에서 선박 호송작전을 펼쳐왔는데, 이번 작전구역 확대 결정으로 오만 살랄라항을 기준으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830여㎞를 확장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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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 국방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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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구 부응, 이란 관계 감안 ‘절충안’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를 통한 독자 파병 결정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IMSC 참여가 아닌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된데 따른 정부의 절충안이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게다가 수십년간 쌓아온 이란과의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 유럽국가들의 결정도 우리 군 독자 파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0월 미국 주도로 창설된 IMSC에는 미국을 포함해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UAE, 알바니아 등 7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IMSC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프랑스 주도의 ‘유럽 호르무즈 해협 호위작전’(EMASOH) 역시 IMSC와는 별개의 군사연합체다. 현재까지 EMASOH에 지지를 표명한 국가들은 독일, 벨기에, 덴마크,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7개국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박사는 “구축함 1척 전력으로는 넓은 작전 반경과 많아진 임무 소요를 감당할 수 없어 IMSC에 연락 장교를 파견해 위협 정보 등을 공유받아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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