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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카드 꺼낸 방통위… “3년 전 페이스북 불법행위 증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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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서 방통위⋅페이스북 설전

"시험을 통해 실제 이용이 제한됐다는 걸 입증하겠다." (방송통신위원회 측)
"객관적인 기준 없다고 해놓고 왜 이제와서 말 바꾸나." (페이스북 측)

조선비즈

페이스북 로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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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약 3년 전 국내 통신사업자에 대한 접속경로 일부를 임의로 바꿔 지연 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체 시험을 통해 당시 페이스북의 불법성을 입증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국내 이용자들이 접속 장애 등의 불편을 겪었다며 페이스북에 대해 수억원의 과징금을 내렸지만 법원은 방통위의 처분이 잘못됐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상 금지하고 있는 ‘이용자 이익의 현저한 침해’나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 측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이승영) 심리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시험이 진행 중이다"라며 "예비시험 절차는 마쳤고, 최종시험을 진행해 녹화하고 의견서 작성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문헌적 해석과 별개로 어떤 행위가 실제 이용 제한 또는 현저한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시험을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측은 "이미 1심에서 증거조사가 충분히 됐는데 항소심에서 다시 기술적인 문제를 깊게 다룬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페이스북 측은 "지난 1심 때 5차례 이상의 변론기일이 열렸고, 방통위는 전문가 2명, 증인 1명을 통해 여러 차례 의견서도 냈다"며 "같은 내용의 의견을 하나 더 제출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당초 항소 이유서에선 (이용 제한과 현저한 침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이제 와서 병목현상을 입증하겠다는 모순된 의견을 제시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당장 별도의 재판 절차를 요구한 게 아니라 스스로 진행한 시험 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후 제출된 증거에 대해 증인신문 등 조사가 필요할 지 여부는 시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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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면 ‘상호접속료’ 정책이 문제의 뿌리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법적 분쟁은 페이스북이 3년여 전 국내 통신사업자에 대한 접속경로를 바꾼데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당시 왜 그랬던 것일까. 그 배경엔 2016년 1월 개정된 ‘상호접속’ 고시가 있다. 이는 KT, SK브로드밴드(SKB), LG유플러스(LGU+) 등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간 트래픽 격차를 상호접속료로 정산하도록 한 정책이다. 쉽게 말해 통신사 간 데이터가 오가는데 더 많이 보내는 쪽이 덜 보내는 쪽에 망을 많이 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를 정산하라고 정부가 지침을 내리는 곳은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상호접속료 정산제는 당초 페이스북에 한국 고객과 접할 수 있는 망을 직접 제공하던 KT에게 불리한 제도였다. 다른 통신업체들은 KT처럼 직접 데이터를 받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KT→LGU+’와 같이 중간에 KT를 끼고 고객들에게 페이스북 데이터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KT가 페이스북 데이터를 다른 통신업체에 전달해줬다는 이유로 과도한 트래픽 전송 비용을 떠안는 구조인 것이다. KT는 이 부담을 이른바 ‘망 사용료’란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떠넘기고 싶어했다. 이에 페이스북이 KT와 갈등을 빚다 아예 KT 외 업체에 대한 접속경로를 해외로 바꿔버린 것이다.

방통위가 책임을 묻고 있는 사건은 2016년 12월~2017년 2월에 일어났다. 당시 페이스북이 SK텔레콤(SKT)과 SKB, LGU+의 일부 접속경로를 임의로 바꿨고, 방통위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SKT의 일부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LGU+에 대해선 미국·홍콩 등으로 바꿨다. 이는 KT를 거쳐 데이터가 전달되는 것보다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에 홍콩을 통해 접속했던 SKB도 SKT 트래픽이 가중되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방통위 처분에 대해 "이용의 제한이란 한도나 한계를 정해서 쓰지 못하게 막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칙적으로 이용 자체가 가능하나 이용이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했다고 해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방통위는 객관적, 실증적 근거라고 보기 어려운 기준을 가지고 응답속도가 저하됐다고 주장한다"며 "이와 함께 일부 이용자들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민원 건수를 들고 있는데 이는 페이스북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됐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3월 31일 다음 변론기일을 열어 방통위가 내놓은 시험 결과에 대해 심리할 예정이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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