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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미술의 세계

BTS, 탑, 지드래곤은 왜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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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유명 작가·기획자 20여명 지원

방탄이 추구해 온 다양성·소통 가치

현대 미술계와 교감, 작품으로 실현

지드래곤·하정우·심은하·김혜수 등

순수-대중문화 결합 사례 있었지만

프로 아티스트급 콘텐츠엔 못 미쳐

영리한 후원 시스템 마련한 BTS

브랜드·정체성 구현 수준에 주목

국내 전시는 28일 DDP에서 개막


한겨레

대중음악계의 슈퍼스타인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은 왜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을까. 왜 거액을 들여가며 미술가들의 신작 만들기를 돕는 걸까. 대중음악을 넘어 세계 현대미술계에서도 실력자로 뜨고 싶은 걸까.

방탄소년단이 이달부터 3월말까지 조각 거장 앤터니 곰리를 비롯한 세계 유명 작가·기획자 20여명의 전시를 세계 다섯 도시에서 전면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14일 영국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전격 발표한 협업 프로젝트 ‘커넥트 비티에스’가 연초 미술판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이 노래에서 추구해온 다양성·연결·소통의 선한 가치를 세계 현대미술계와 교감하는 협력 작업을 통해 확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미술판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중문화 스타가 왜 순수예술 아티스트에 접근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단 미술계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다. <한겨레>가 만난 미술전시 기획자들은 ‘커넥트 비티에스’가 아티스트로서 함께 작업하는 협업의 개념은 아니지만, 대중문화 스타와 순수예술이 만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콜라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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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중문화 스타들은 주로 컬렉터로서 작품을 수집하거나, 개인 취미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등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의 의미를 미술 작품에 실현한다는 취지 아래 거장들의 신작 창작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자신들의 이미지 프로모션도 함께하는 영리한 후원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세계 각지의 팬 조직(아미)을 움직이는 영향력, 세계 투어와 음원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현대미술과도 연계해 아티스트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서구 현대미술 전공자인 임근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대중문화의 격도 높아지고, 순수예술에 대한 대중성을 확장해주는 측면도 있어 서로 윈윈하는 순기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사로 보면, 어느 시대나 자본을 많이 가진 이들이 후원자(페이트런)이 됐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업 자본가 메디치 가문이 그러했듯 21세기엔 대중문화의 스타 자본이나 럭셔리 명품 브랜드가 현대미술의 후원자로 자리 잡는 흐름을 비티에스의 프로젝트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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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시각문화 영역의 예술가, 기획자와 대중문화 스타가 전시나 프로젝트로 결합하거나 어울리는 시도는 서구와 국내에서 이미 숱한 전례가 있었다. 2014~15년 영국과 미국에서 순회 전시로 선풍적 인기를 끈 데이비드 보위의 회고전과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이자 미국 설치미술 대가 매슈 바니의 부인인 비요크가 뉴욕 모마 피에스 원에 차렸던 아트콜라보 전시, 만능 팝 스타인 가수 겸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의 프랑스 파리 페로탕 화랑 개인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국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도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콘셉트로 삼은 작가들과의 협업전 ‘피스마이너스 원’을 차린 바 있다. 빅뱅의 또다른 멤버 탑도 2016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경매사 소더비의 특별 자선경매에 출품작을 선정하는 기획자로 나서 상당수 작품을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연예인 스타들이 아티스트가 되어 현대미술의 바다에 뛰어들거나 아티스트들이 대중문화에 발자취를 남긴 사례 또한 국내외에 무수히 많다. 가수 비요크는 남편 매슈 바니의 영상 작업에 영감을 공유한 출연자로 등장하거나 음악을 협업했고, 1960~70년대 개념미술의 주요 작가인 오노 요코는 비틀스 리더 존 레넌과 결혼한 직후인 1960년대말 평화를 위한 침대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앤디 워홀은 프로젝트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바나나 앨범 디자인을 현대미술사에 명품으로 등극시켰다. 패션 쪽에서는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뷔통과 협업하고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일본의 저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와 브랜드 작업을 벌이는 등 명품과 아티스트의 만남도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초보적이긴 하지만, 국내 배우인 하정우, 심은하, 김혜수, 솔비 등도 힐링이나 취향 차원의 그림, 사진, 퍼포먼스 등을 확장시켜 전시회, 아트페어, 경매 등에 출품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문화 연예인들과 아트의 만남은 기획이나 제작 참여, 후원 등 여러 층위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과 이미지상의 이득을 함께 노리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프로 아티스트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든 성공 사례는 별로 없었다. 대개 특정 연예인을 띄우는 장식성 행사나 특정 브랜드를 띄우는 피상적 내용에 그치곤 했다는게 미술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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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력을 감안할 때, 비티에스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탄생할 콘텐츠가 그들의 선한 영향력과 취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하면서 진화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비티에스는 수년 전부터 아르엠(RM) 등 멤버 일부가 국내외 미술관, 화랑 등지를 관람하고, 감상 기록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는 등 특유의 현대미술 취향이 팬들의 화제를 모은 바 있고, 꾸준히 미술 작가들과도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인 거대한 팬군단 아미가 낯선 현대미술 작품과 대가들의 작품세계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비티에스의 브랜드 정체성이 대가 예술가들의 작업에 얼마나 도드라지게 구현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또한 사실이다. ‘커넥트 비티에스’는 지난 14일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개막한 미디어 작가 제이컵 스틴슨의 디지털 영상 전시 ‘카타르시스’를 시작으로, 그 다음날 독일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뮤지엄에서 ‘치유를 위한 의식’을 주제로 한 작가 10여명의 퍼포먼스 그룹 전시가 펼쳐지면서 세계 미술계에 출범을 알렸다. 이번주엔 아르헨티나 소금사막에서 설치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공중부양 장치 비행 작업이 진행되며, 오는 28일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 작가 강이연씨와 영국 작가 얀 베로니카 얀센스의 한국 프로젝트 전시가 막을 올릴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연 주목 받는 거장 앤터니 곰리의 입체 금속선 설치 작업 ‘뉴욕 클리어링’은 다음달 4일부터 미국 뉴욕 브룩클린 브릿지 포구에서 선보이게 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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