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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필동정담] 검찰 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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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서열과 기수를 파괴한 고검장 인사안을 검찰에 통보했다. 김각영 검찰총장이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오히려 검찰 수뇌부를 질책했다. 그러자 김 총장은 "인사권으로 검찰 수사권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사를 확인하게 됐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2005년 10월에는 김종빈 검찰총장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맞서 옷을 벗었다. 검찰 인사 및 수사 간섭에 대한 '항명성 사퇴'였다. 반면 2012년 11월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검중수부 폐지 등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강행하려다 최재경 중수부장 등 참모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검찰 내 항명 사태를 막기 위한 한 총장의 '고육지책'이었다.

최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처리를 놓고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직속 상관인 심재철 신임 반부패부장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후배 검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말 섞인 말투로 상급자에게 고성을 지른 것은 검찰청법에 보장된 '검사 이의제기권'을 넘어 부적절한 행동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사태가 촉발된 데는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안을 밀어붙인 탓이 크다. 정권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참모와 일선 지검장이 좌천되고 친여 성향 검사들이 그 자리를 꿰차면서 "권력 수사를 막으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실제로 심 부장이 '조국 무혐의' '백원우 기소 반대' '직제개편안 찬성 의견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조직 수장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인사와 정책을 추진하면 내부 반발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학자 잭 고드윈은 "어느 조직이든 리더십은 자신이 놓인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추종자의 반응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이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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