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기의 비행과 폭탄 투하 소리, 색소폰 연주 소리, 먼바다의 뱃고동 소리 등을 실감나게 입으로 표현한 성대모사 연기로 큰 인기를 누리며 ‘넘버원(NO.1)’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사진) 씨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는 고인에 대해 “최근 건강이 나빠져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해 폐렴 치료 등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3년 영화인협회가 주최한 코미디 경연 행사인 ‘스타 탄생 코미디’에서 1위로 입상해 데뷔했다. TV 코미디 프로그램과 공연 무대를 오가며 국내를 대표하는 코미디 스타로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00가지 소리가 가능하다”고 호언한 성대모사 능력과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 입담을 앞세운 원맨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릴 때 라디오로 들은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제2차 세계대전 항복 방송 성대모사, 6·25전쟁 중에 체험한 전폭기 소리 성대모사 등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녹여낸 독보적인 코미디 연기였다.
고인은 정해진 대본 없이 무대에 올라 독창적이고 즉흥적인 연기를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성대모사 원맨쇼가 주특기였던 동료 코미디언 백남봉 씨(1939∼2010)와 함께 ‘한국 코미디계의 쌍두마차’로 불렸다.
엄용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최근까지도 무대에 올라가면 마이크를 놓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한국 코미디 역사의 보물 같은 존재,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 진정한 ‘넘버원’이었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주길자 씨와 딸 김은희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3일 낮 12시. 02-3410-315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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