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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닦고 쓸고 손보고… 무대뒤 크루의 세계는 ‘리얼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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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스태프 막전 7시간

영상-VR-자동화 장비 도입됐어도 결국엔 사람의 손길 거쳐야 완성

안전과 무사고는 무대 ‘제1원칙’

압권인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위해 틈새 떨어진 꽃잎 일일이 주워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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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만큼 확실한 게 없거든요.”

공연예술을 아날로그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영상,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가상현실(VR) 등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무대 뒤에서 스태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일감을 덜고 사고를 줄이려 도입한 자동화 장치도 사람 손이 대체해 쓸모가 없어지기도 한다. 공연마다 변화무쌍한 무대의 호흡과 감을 기계는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빅 피쉬’를 공연하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찾아 스태프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이들은 공연 7시간 전부터 무대를 닦고, 쓸고, 장비와 의상을 손본다. 공연예술이 아날로그라면 무대 뒤는 ‘리얼 아날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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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이상 없습니다”라는 외침에 “다시 한번 가볼게요”라는 외침이 겹친다. 매주 진행하는 무대 메인터넌스(보수 점검)를 위해 스태프 20여 명이 모인다. 이들은 가로 36m, 세로 30m, 높이 9.5m의 무대를 사방으로 오가며 혹시 모를 문제점을 찾는다. 무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틈에 걸려 있는 소품, 먼지까지 찾아낸다. 사용되는 모든 세트, 소품을 점검하며 ‘빨리감기’하듯 모든 장면을 시연한다. ‘쇼 크루’로 불리는 무대 전환수들은 공연 중 세트를 순간 이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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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의 스태프와 배우가 합을 맞춰 연출한 1막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무대 위에 떨어지는 꽃잎의 양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처음에는 기계를 사용했다. 하지만 공연 속도에 맞춰 효과를 내기 위해 스태프 한 명이 도르래를 돌리며 꽃잎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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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의 백미인 1막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스태프 4명이 무대 양 옆쪽에서 무대 바닥을 끌어당기면 가운데 벌어진 틈 사이로 노란 수선화 꽃밭이 펼쳐진다. 직전 공연에서 뿌린 꽃잎을 다음 날 공연에 사용하기 위해 스태프가 이를 주워 담는다. 빗자루, 걸레, 봉투는 물론이고 바닥 작은 틈새에 낀 꽃가루도 일일이 없애기 위해 청소기를 쓴다. 방염 처리된 약 1만 장의 진짜 꽃잎을 뿌리기에 훼손된 꽃잎은 수시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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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따라다니는 핀 조명 등 400여 개의 조명을 모두 가동한다. “오케이”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조도를 계속 바꾼다. 배우 머리 위까지 내려오는 조명 세트도 많아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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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제일 먼저 공연장을 찾는 의상팀의 시간이다. 땀에 전 의상을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 긴급 세탁·수선의 달인이다. 겉옷은 평균 주 1회, 티셔츠와 속옷은 매일 세탁한다. 리허설을 포함해 100회가 넘게 공연하면 의상 수선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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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팀이 바빠진다. 극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려면 짙고 동화 같은 분장이 필수다. 배우 22명의 얼굴에 각양각색 화장을 입힌다. 배우가 의상 안에 착용한 마이크의 작동 여부도 이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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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음향이다. 음향팀은 마이크, 오케스트라 악기 송출, 악기 튜닝까지 매일 체크한다. 공연 중 안개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태프는 드라이아이스를 으깨 ‘포그(안개)머신’ 안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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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하우스 오픈’. 관객이 입장한다. 쇼 크루가 1t 무게 첫 장면 무대 세트를 무대 중앙으로 옮기면 준비는 끝난다. 모든 스태프가 파이팅 구호를 외친다. “이야기의 힘으로 가자 저 하늘 끝까지! 빅 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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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160분이 흘러간다. 관객이 모두 퇴장하면 휑한 무대 위로 몇몇 스태프가 다시 모여 “오늘 합이 괜찮았다. 전환 템포가 좀 빨랐다”라며 평가한다. 이종훈 제작감독은 “공연은 톱니들이 하나하나 맞물린 명품 시계다. 스태프는 돋보이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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