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전 회장은 지난 12월 13일 고려아연 9931주를 장내 매도했다. 같은 달 26일 7000주, 27일 4000주를 추가 매도했다. 고려아연 지분을 정리하면서 확보한 현금은 89억원에 달한다. 장 전 회장이 고려아연 주식 2만1000주 가량을 팔면서 지분율은 4.51%에서 4.40%로 감소했다. 대주주가 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형진 영풍그룹 전 회장(왼쪽)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각 사 제공 |
재계 관계자는 "장 전 회장은 현재 퇴사자이기 때문에 주식 매도 이유를 알기 어렵다"면서도 "순환 출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 전 회장이 지분을 줄인만큼 영풍그룹 계열사는 고려아연 지분을 늘렸다. 영풍그룹 계열사 테라닉스는 시간외 대량 매매로 장 전 회장으로부터 고려아연 2만931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장 전 회장이 고려아연 지분을 정리한만큼 사들인 셈이다. 테라닉스의 고려아연 총 주식수는 2만1231주, 취득 후 지분율은 0.11%가 됐다.
테라닉스는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12월 13일, 23일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식 매수를 의결했다"며 "계열회사 지분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테라닉스는 영풍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007810)와 장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테라닉스의 주주는 2018년 말 기준 코리아써키트(50.09%), 장 전 회장의 장녀 장혜선(26.52%)씨, 장남 장세준(10.03%)씨, 차남 장세환(4.48%)씨, 장 전회장(0.54%) 등이다.
재계에서는 장 전 회장이 고려아연 주식 매도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장 전 회장과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순환출자 고리 7개를 모두 끊었다. 이를 위해 2017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들였다.
영풍그룹 계열사에 주요 주주가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일궈낸 그룹으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3대에 걸쳐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현재 장씨 가문은 전자계열,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 등 비전자계열을 주로 맡고 있다. 양 집안은 그간 경영권 다툼없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이어왔다.
☞순환출자: 순환출자는 출자 관계가 ‘A→B→C→D→A’로 이어지는 기업 지배구조를 뜻한다. A기업의 대주주(오너)가 나머지 B·C·D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우회적으로 지배할 수 있어 주로 재벌들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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