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3일 오후 강원 속초시 롯데리조트에서 열린 제70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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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 정비 없이 '핀셋 개정'된 만18세 선거권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총선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교육당국은 관련 규정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만18세 선거권이 도입되면서 선거운동을 어떤 기준으로 허용이나 제한할지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학교 구성원들의 언행이 선거법을 위반하는지 모호한 지점이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설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은 직접 법무법인 등에 자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내에서 선거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와 선관위의 대책이 늦어지자 교육청이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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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령만 고친 국회…선관위 "보완 입법해야"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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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혼란이 이어지는 건 국회가 선거연령을 낮추면서 관련된 법을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선관위는 국회에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현행법엔 예비후보자가 고등학교에서 명함 배부·연설·의정 보고회 개최를 해도 되는지, 사립학교 교원이 선거운동 금지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선 이후 선거법 위반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선관위의 우려다.
하지만 지난 13일 본회의를 끝으로 여야가 총선 대비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날로 85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전에 법 개정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학교 내 선거활동의 적법성이 모호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선거교육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모의 선거'도 좌초 위기를 겪고 있다. 선관위가 모의 선거교육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같은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모의선거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40여개 초·중·고교를 선정해 정당 공약을 토론하고 모의 선거를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모의선거 교육에 대한 선관위의 검토 결과를 존중하며 앞으로도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관위가 제동을 건 이상 모의선거 방식의 교육은 추진하기 어려울 듯 하다"고 우려했다.
각종 규정 마련이 늦어지는 사이 벌써 학교 주변엔 자신을 알리는 예비후보들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법 개정 직후 고등학교 졸업식장에는 총선 출마를 앞둔 일부 예비후보들이 찾아와 악수하거나 명함을 돌리거나 학교 주변에 고교생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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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선거연령 하향 맞춰 법령 348개 정비
청소년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만 18세 선거권 쟁취를 자축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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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복지본부장은 "청소년 선거권은 공직선거법뿐 아니라 초등교육법, 정당법 등 여러 법에 영향을 미친다"며 "민법·소년법 개정 등을 함께 검토하며 1년여 전부터 도입을 준비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6년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법 개정 당시 여당인 자민당은 선거연령 하향으로 아동복지법·국적법 등 총 348개의 법령이 영향받는다고 보고 '성년 연령에 관한 특명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선거연령을 낮출 경우 민법상 성년과 소년법 적용 기준을 이에 맞춰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법체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음주·흡연 등에 대한 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교생의 정치 활동에 대한 규정도 마련됐다. 2015년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교생의 정치 활동 규정을 내놨다. 정치활동이 가능한 장소를 구분해 학교 밖에서의 정치 활동은 보장하지만, 학교 내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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