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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설뒤 원혜영 전화 올까 겁난다, 민주 '하위 20% 살생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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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쇼’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현직 국회의원에게 모욕과 창피를 주면서까지 살생부를 오픈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1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명단 22명을 공개하지 않고 개별 통보키로 한 이날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결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위 20%는 공천 심사에서 20% 감점을 받는다.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평판 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위 20% 명단을 ‘살생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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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21일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원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오는 28일 개별 통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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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관위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 “오는 28일 공관위원장(원혜영 의원)이 하위 20% 해당자에 대해 개별통보 방식으로 통지하기로 결정했다”며 “통보가 이뤄지면 해당 의원은 48시간 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의원들의 입법실적ㆍ지역활동ㆍ기여도 등을 평가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은 공천 심사에서 20%의 감점을 받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평가에 돌입해 최근 명단을 완성했다.



밀봉된 '살생부'…공개 불가



당초 민주당 내부에선 명단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당 당규 74조 1항은 “평가 대상이 된 선출직 공직자는 발표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발표’는 곧 외부 공개에 해당한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또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에게 일일이 전달하면서 보안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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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전문가 최기일 박사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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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지난 20일엔 민주당 안팎에서 하위 20% 중 일부의 명단이 담긴 '지라시'가 돌면서 당이 시끌시끌했다. ‘도는 글) 하위 20%’란 제목 아래 의원 12명의 이름이 적힌 것이었다. 지라시 속 의원들은 서울·인천·경기·충청·부산 등 지역구가 고루 분포돼 있고 초선부터 다선 중진까지 다양했지만 친문 실세로 꼽히는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때문에 당 내부에서 “친문 쪽이 특정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명단은 개봉하지 않아 밀봉된 상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름이 적시된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하위 20%로 지목된 한 중진 의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개인적으로 찾아가 “누가 나를 흔들려고 이러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지라시에 거론된 해당 의원실은 모두 하위 20%로 통보된 사실이 없다며 “전혀 신빙성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 “(총선을 앞두고) 이맘 때면 늘 있는 일” “경선 상대 후보 진영에서 퍼뜨린 가짜뉴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컷오프'는 아니지만…



민주당은 “명단에 포함된 의원은 20%의 감점을 받을 뿐 얼마든지 경선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경선 결과 ‘패자부활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20%의 감점을 받은 현역 의원이 최대 25%의 가산점을 받는 청년ㆍ여성ㆍ신인 도전자와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시작부터 최대 45%포인트의 격차가 생기는 등 페널티 폭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감점을 받은 의원이 가산점을 받은 후보를 뛰어넘기엔 시작부터 격차가 너무 벌어져 대규모 불출마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관위원장인 원혜영 의원은 28일 해당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이근형 위원장은 설 연휴가 끝난 뒤 통보하는 이유에 대해 “설을 앞두고 통보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통지 방식과 관련해선 “문서를 만들어 통보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며 “구체적 방식은 공관위원장이 결정하겠지만 현재 예측으론 유선 통보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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