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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사외이사 임기제한, 5%룰 완화 취지 살려 엄격 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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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중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 임기를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사외이사가 장기 근무하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다.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현재 사외이사제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하지 않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재계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규제”라고 반발하지만, 해당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법적 강제가 불가피하다. 이번 개정으로 566개 기업의 718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된다. 이는 12월 결산 상장사의 28.3%, 전체 사외이사의 18.1% 수준이다. 임기 제한제를 안착시키려면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이 규제를 피해 기존 사외이사를 새로운 이해관계자들로 대체한다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도 ‘낙하산 인사’를 사외이사로 보내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또 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5%룰’(상장사 주식 5% 대량보유 보고제)이 완화된다. 기관투자가의 주주 활동을 위해 위법행위를 한 임원에 대한 해임 요구 등을 5%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313개다. 재계는 “과도한 경영 간섭”을 우려한다. 5%룰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제도이나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역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운용하고,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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