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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김광석 스페셜 칼럼] 2020년 한국 경제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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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한번도 세계 경제와 동떨어져 움직인 적이 없다. 세계 경기가 하강국면에서는 한국도 함께 하강하고, 회복국면에서는 회복되어 왔다. IMF(국제통화기금), World Bank(세계은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주요 국제기구들은 세계 경제가 2020년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2020년 한국 경제는 어떠한 트렌드가 펼쳐져 있는지를 주목하는 일은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준비동작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 5대 트렌드

한국 경제를 설명해 주는 첫 번째 트렌드는 ‘완화의 시대’다. 세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의 시대가 가고,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완화의 시대가 왔다. 미국도 2019년 하반기 들어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주요 선진국들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신흥개도국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또한 2019년 하반기에 2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1.25% 기준금리 시대에 재진입하게 되었다. 즉, 2016~2017년 동안 유지되었던 최저금리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2020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1.25% 이하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의 추이를 적절히 고려해 지속적으로 동결하거나, 한 차례쯤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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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확장적 재정정책은 경기부양의 추진력이 될 전망이다. 2020년 예산은 약 512.3조원에 달한다. 2019년 예산과 비교하면 42.7조원이 증액되었다. 재정지출 규모의 증감률을 계산해 보면, 2020년 9.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9년 예산도 전년대비 9.5%로 증가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2년 연속 9%대의 예산을 매우 확장적으로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예산이 ‘잘 쓰여지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2020년 정부 예산안의 분야별 증감률을 보면, 현 정부가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산업·중기·에너지’ 부문의 2020년 예산 증가율이 27.1%로 단연 높다. 사실, 2019년에도 이 분야에 대한 예산을 가장 높게 증가시켰던 바 있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두드러진다. ‘R&D’ 예산은 핵심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17.6% 증가시킬 계획이고, ‘환경’과 ‘SOC’ 예산도 중점적으로 확대해 건설투자를 회복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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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득주도성장 계속될까?’ 경제 주체들의 가장 큰 질의가 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다양한 정책수단들(policy means) 중 2019년 한해 가장 많은 논의가 되었던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립니다.” 2018년 7월 1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발표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2.9% 증액한 8590원으로 결정되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인건비 급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속도 외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 하에 있는 주요 정책수단들이 다소 완화된 기조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투자를 진작하고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들에 더 무게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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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즉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진전될 전망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빅데이터, 로봇,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을 활용하여, 기업들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농축산업에서는 스마트팜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유통업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로 변모하고 있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고 이를 선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C&Tech라는 스타트업은 은행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동안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이라고는 주로 생산장비 등이었는데, 훼손이나 분실 등의 우려로 은행들이 동산담보 대출을 꺼려왔다. C&Tech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원격 동산담보 관리시스템은 은행 담당자가 동산 현장을 계속 방문·점검해야 하는 불편을 줄였고,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부동산 담보에 치우쳐 있던 기존 기업여신 제도가 개선되고, 기술력이나 성장 잠재력이 높아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육성하는 데 혁신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모두 동산담보 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2020년에는 보다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면서 동산담보 대출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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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경제 트렌드는 2020년 부동산 시장 탈동조화(Decoupling)다. 지방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6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고, 2017년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나타났다. 주로,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격이 조정된 것이다. 2019년에는 가계의 부동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재건축 등의 특수가 없는 지방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조정되었다. 특히,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지역에는 전세가격이 먼저 조정됨에 따라, 흔히 말하는 ‘갭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증폭되어 가격조정까지 이어진 것이다. 2020년에도 지방권 부동산 시장이 뚜렷하게 회복될 만한 요소가 없어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탄탄하게 수요가 뒷받침되는 특징으로 인해 가격의 조정보다는 ‘거래둔화’로 이어져 왔다. 지방권에서는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급매를 내놓으면서 가격이 조정되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자가에 거주하는 실거주자가 집을 내놓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2020년에도 자가점유 비중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눌러 앉자’라는 심리가 지배적이 되면서 거래가 줄어들 뿐 수요층의 호가만 상승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위축된 건설투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규모 SOC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지역과 서울의 미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GTX 등의 대규모 교통시설이 들어서고, 다양한 지역 인프라가 확충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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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제 주체의 대응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맞물려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은 정부의 예산안과 재정운용계획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산안에 담긴 R&D 집중 분야, 산업단지 조성 지역, 플랫폼 구축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을 상세히 살피고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검토하는 제조기업이라면 스마트공장 확대 및 고도화를 위한 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산업에 투자 및 진출하거나 플랫폼을 확충하는 노력들도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2019년의 저점을 벗어나 2020년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그 회복세를 모든 경제주체들이 골고루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회복의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의 수출이 회복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몇몇 산업들에만 국한된 회복일 수 있다. 경제 트렌드를 이해하고, 경제적 환경변화에 준비하는 주체들이 더욱 뚜렷한 성장세를 경험할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수완 alex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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